[사회] ‘부적응 이주청소년’에서 전기설계 기술자로…이주민 취업 성공기 만드는 폴리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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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진학할 나이에 한국에 들어와 언어와 문화 장벽에 부딪히다 전기 설계 기술자로 당당히 사회에 진출한 청년이 있다. 필리핀 국적의 어머니와 한국 국적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박종배(28)씨다.

박종배(왼쪽 두번째) 씨의 다솜고 재학 시절 모습. 사진 독자
1997년 태어난 박씨는 13살까지 어머니와 둘이 필리핀에서 지내다 2010년쯤 ‘한국에 들어오는 게 어떻겠냐’는 아버지의 제안에 따라 한국에 오게 됐다.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해 적응이 어려워 할머니 집이 있는 서울 은평구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서초구의 다문화 중학교에 다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한 채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적응이 어려웠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던 어머니의 제자가 “전기 기술을 한 번 배워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전기 전공이었던 그는 전기기사가 되면 전시 설비의 시공은 물론 설계도 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박씨는 그길로 전기를 배워보기로 마음먹었다.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한국폴리텍다솜고등학교의 모습. 사진 한국폴리텍대학교
그런 박씨에게 ‘한국폴리텍다솜고등학교(다솜고)’는 최선의 선택지였다. 다문화가정이나 재외동포 등 이주배경 외국인들이 모여 있었고, 학교에 있는 ‘스마트전기과’에서 배우고 싶은 전기 기술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솜고에 다니며 한국어를 익히는 것은 물론 전기 기술에 대한 막연한 흥미를 능력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거쳐 한국폴리텍대학교(폴리텍대학교)에서 전기를 전공한 뒤 사회로 나왔지만, 그를 찾는 곳은 많지 않았다.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박씨는 음식점 주방 업무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하지만 역시 적응이 쉽지 않았고, 익힌 전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어렵게 찾아냈지만 그마저도 고질병인 허리디스크가 악화하며 몇 개월 하지 못하고 그만둬야 했다.
박종배(윗줄 오른쪽 두번째) 씨가 함께 ‘이주배경구직자 직업교육과정’을 듣던 당시의 모습. 사진 독자
‘전기 관련 일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박씨는 폴리텍대학교가 제공하는 ‘이주배경 구직자 직업 교육과정’을 보고 다시 전기 기술자의 길을 걷기도 마음먹었다. 그는 약 4개월 동안 전기 3D 모델링과 관련된 집중 교육을 받은 뒤 5개월 간의 인턴 과정을 거쳐 결국 지난달 13일 전기망 설계 회사인 세진전기연구소에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박씨는 “현재 전기 설계사로 일하고 있는데, 내가 설계한 구조도가 승인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학교와 교수님의 도움 덕분에 적응을 못하던 내가 취업까지 성공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전기 산업기사 자격증 취득도 준비 중”이라며 “뛰어난 전기 기술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국폴리텍대학교 서울 정수캠퍼스 전경. 사진 한국폴리텍대학교
폴리텍대학교는 1일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난민, 재외동포 등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이주배경구직자 직업교육과정’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씨가 수료한 이 과정은 지난 2024년 112명이 수료했고, 폴리텍대학교는 올해 200여 명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씨와 같이 다솜고, 폴리텍대학교를 거쳐 반도체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에 합격해 SK 하이닉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학생도 있다. 이철수 폴리텍대학교 이사장은 “이주배경 구직자들은 산업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소중한 인적 자원”이라며 “누구나 첨단 기술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 사다리를 놓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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