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산대, 고열전도·안정성 동시 구현 방열 소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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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응용화학공학부 김채빈 교수(왼쪽), 이동훈 석사과정생(오른쪽).

부산대학교 연구팀이 서로 잘 섞이지 않는 두 종류의 ‘열을 흡수하는 재료’를 이용해 열이 지나가는 길을 스스로 만들도록 설계한 새로운 방열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고열전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구현한 차세대 방열 소재로, 고성능 전자기기·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의 활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 응용화학공학부 김채빈 교수 연구팀은 상변화(Phase Change) 기능과 고열전도 특성을 동시에 구현한 고성능 방열 복합소재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소재는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유기 상변화 물질의 계면(界面)을 활용해 열전도 필러를 선택적으로 배열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성과는 기존 상변화 방열 소재가 갖는 낮은 열전도와 누액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것으로, 차세대 전자기기와 전기차 등 고발열 시스템의 열 관리 기술에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기기의 소형화와 고출력화가 가속되면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앙처리장치(CPU), 전력반도체,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고발열 부품에서는 순간적인 열을 빠르게 전달하면서도 급격한 온도 상승을 완화할 수 있는 차세대 방열 소재가 요구돼 왔다.

이러한 가운데 상변화 물질(PCM, Phase Change Material)은 열을 흡수해 온도 상승을 줄일 수 있어 방열 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열전도가 낮아 발생한 열을 빠르게 외부로 전달하기 어렵고 녹는 과정에서 누액이 생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열을 잘 전달하는 재료(필러)를 섞기도 하지만, 열전도 경로를 형성하는 공정이 복잡해지고 비용 부담이 커져 실제 적용에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유기 상변화 물질의 비상용성 계면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열전도 필러를 계면에 선택적으로 배열하는 새로운 방열 소재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

이전에도 해외 연구에서 상변화 물질에 열전도 필러를 도입해 연속적인 열전도 경로를 형성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단순한 혼합 과정을 통해 높은 열전도와 구조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 사례는 드물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파라핀 왁스(PW)와 고분자인 PEG(폴리에틸렌글리콜)의 비상용성 계면을 활용해, 육방정계 질화붕소(h-BN) 입자가 두 물질의 경계면에 선택적으로 위치하도록 설계한 새로운 방열 복합소재를 구현했다. 별도의 계면활성제나 캡슐화 공정 없이도, 열전도 필러가 연속적인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기존 상변화 방열 소재 연구에서는 열을 흡수하는 기능은 확보할 수 있었지만, 열전도가 낮아 효과적인 열 방출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열전도 필러를 첨가하는 방식이 활용됐으나, 필러가 무작위로 분산되면서 연속적인 열전도 경로를 형성하기 어렵고, 상변화 과정에서 누액이나 구조 붕괴가 발생하는 문제가 뒤따랐다. 일부 연구에서는 정렬 공정이나 캡슐화 기술을 도입했지만, 이 경우 공정 복잡성과 비용 부담으로 실제 적용에는 제약이 컸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서로 섞이지 않는 파라핀 왁스와 PEG의 비상용성 특성을 적극 활용해, 열전도 필러인 h-BN이 두 상변화 물질의 계면에 선택적으로 집적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필러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하면서도, 상변화 과정에서도 구조 안정성과 누액 억제 특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현미경 관찰과 열전도 모델 분석을 통해 명확하게 확인됐으며, 비상용성 계면에 형성된 h-BN 네트워크가 연속적인 열전도 경로를 제공함으로써 열전도 성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렇게 설계된 방열 복합소재를 실제 방열 인터페이스 환경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해당 소재는 20 W/m·K 이상의 높은 열전도도와 함께 상변화 과정에서도 형태를 유지하며, 반복적인 가열·냉각 이후에도 접착력과 구조 안정성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러한 특성은 기존 상변화 방열 소재에서 동시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성능으로, 고출력 전자기기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열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김채빈 부산대 교수는 “이번 성과는 복잡한 공정 없이도 높은 열전도도와 구조 안정성을 확보해 실제 전자기기 환경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차세대 전자기기와 전기차 등 고발열 시스템의 열 관리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 응용화학공학부 김채빈 교수가 교신저자, 이동훈 석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수행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았다.

해당 연구 결과는 에너지 및 친환경 재료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스몰(Small)』 3월 3일자에 게재됐으며,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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