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세대 정은지 교수팀, 성인기 시상망상핵 재구성 원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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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연세대 생명공학과 정은지 교수, 이동수 박사, 충남대 의과대학 한경아 교수, DGIST 뇌과학과 고재원 교수

뇌 발달의 대부분은 생애 초기, 특히 어린 시절에 이뤄지고 이후에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된다는 것이 오랫동안 신경과학계의 정설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감각 처리와 기본적인 인지 기능 역시 청소년기에 이르면 이미 성숙 단계에 도달해, 성인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이와는 다른 사실이 밝혀졌다. 성인기에 이르면서 뇌는 다시 회로를 재조정하며, 청소년기와 비교해 감각 정보 처리에서 극명한 수준의 정밀도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생명공학과 정은지 교수 연구팀(제1 저자 이동수 박사)은 뇌 시상부의 시상망상핵(thalamic reticular nucleus, TRN)이 성인기에도 지속적으로 재구성된다는 원리를 규명했다. 본 연구는 2026년 4월 1일 자 국제학술지 Neuron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시상망상핵은 감각 정보를 대뇌피질로 전달하기 전에 선별하는 ‘감각 검문소’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이 회로가 어린 시절 ‘결정적 시기’를 지나면 고정된다고 여겨졌지만, 연구팀은 청소년기 이후에도 지속적인 회로 재조정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을 통해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감각 회로를 직접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성인기에는 감각 회로가 재구성되며 미세한 정보의 차이까지 구별할 수 있는 정밀한 감각 처리 능력이 뚜렷하게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경험 축적이 아니라,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한 회로 수준의 능동적 재설계 과정이다.

연구팀이 제시한 표지 이미지는 이러한 차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청소년기의 뇌 역시 주변 환경의 전반적인 형태와 주요 정보는 충분히 인지한다. 그러나 성인기의 뇌는 그 위에 더해 질감, 경계, 미세한 변화와 같은 세부 정보까지 선명하게 분리하고 해석할 수 있는 높은 정밀도를 갖는다. 즉, 같은 환경을 보더라도 성인은 더 높은 해상도로 정보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두 가지 억제 시스템, 즉 ‘dual GABA’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빠르게 강한 억제를 유도하는 synaptic GABA는 ‘큰 나사’처럼 회로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며, tonic GABA는 입력 신호의 시간적 통합을 조절하는 ‘미세 조정 나사’로 작동한다.

성인기에는 synaptic GABA에 의한 강한 억제가 일부 완화되면서 tonic GABA의 미세 조정 기능이 활성화되고, 그 결과 감각 정보가 더 정밀하게 조율된다. 이러한 변화가 청소년기와 성인기 사이의 극명한 감각 처리 격차를 만들어내는 핵심 기전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회로 재구성은 시냅스 접착단백질 LRRTM3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을 DGIST 고재원 교수, 충남대학교 한경아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밝혀냈다. 해당 단백질 기능이 저하된 경우, 성인에서도 회로 정교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며 미세한 촉감 구별 능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ADHD, 조현병 등 감각 처리 이상을 동반하는 신경정신질환을 회로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감각 기능 회복을 위한 신경 조절 기술 및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정은지 교수는 “성인기에도 뇌는 멈추지 않고 스스로를 정밀하게 조율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라며 “이번 연구가 감각 인지 질환 치료와 뇌 기반 기술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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