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내일 대국민 셀프 승리선언?…크루그먼 “졌다는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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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1일(현지시간) “아주 곧” 이란과의 전쟁을 종료하겠다며 “2~3주”라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특히 전세계를 ‘오일 쇼크’로 몰아넣은 호르무즈해협의 봉쇄 상황은 물론 이란과의 협상과도 무관하게 “이란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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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1일(현지시간) 스스로 '트럼프 센터'로 개명한 워싱턴의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 개막 공연에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참석해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뮤지컬 관람 직전 이란에서 2~3주일 내에 철수할 뜻을 직접 밝혔다. AFP=연합뉴스

전쟁의 장기화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에서 발을 빼는 출구전략을 예고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일 오후 9시(한국 시간 2일 오전 10시) 이란 전쟁과 관련해 예정에 없던 대국민 연설을 예고했다.

“核무력화 달성됐다…이란 떠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유가 급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란을 떠나는 것”이라며 “그러면 유가는 폭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전쟁을 지시한) 내 목표는 단 하나였다”며 “그것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고, 그 목표는 이제 달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주 이내에 어쩌면 며칠 더 걸릴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들이 가진 모든 것(핵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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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에 투입된 미 공군 B-52H 스트라토포트리스 폭격기가 KC-135 스트라토탱커기에서 공중 급유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란의 핵능력이 무력화된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수년 간 핵무기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며 “언젠가 (핵)무기를 만들더라도 나 같은 대통령이 그들을 또다시 박살낼 것”이라고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답 말미에 “우리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다”며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일은 정말 놀라웠고, 사람들은 역대 최고의 군사작전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란 전쟁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때처럼 초단기에 끝날 거라고 기대했음을 시사하는 말로 해석된다.

“무조건 항복” 장담하더니…“합의 무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의와 관련해선 “그들은 나보다 협상을 더 원하고 있다”며 “그들이 합의를 원하기 때문에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합의가 있든 없든 우리는 떠날 것이고, (합의 여부는) 지금은 상관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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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1일(현지시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이란 전쟁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초기만 해도 “이란과의 합의는 ‘무조건 항복’ 외에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후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이란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이란 측 협상 상대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 공습 직후 이란 국민들의 자체적 정권교체를 종용했고,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이 선출됐을 때만 해도 “(미국이) 후임자 임명에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은 “정권교체는 목표로 삼았던 것이 아니었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정권교체를 이뤘고, 이를 통해 훨씬 더 이성적인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다”며 “잠시 우회로(이란 전쟁)를 택했던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자평했다.

철군 시사에…이란, ‘호르무즈·배상’ 요구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 철수할 뜻을 밝히기 직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필수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번 분쟁을 끝낼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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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전쟁)부 장관이 지난 31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요구한 ‘필수 조건’에는 침략과 암살의 완전 중단, 전쟁 재발 방지 메커니즘 수립을 비롯해 전쟁 피해에 대한 명확한 배상과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합법적 주권 행사 보장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이 전쟁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은 사실상 이란의 승리를 인정하는 의미와 가깝다. 또 호르무즈해협의 주권을 인정받을 경우 이란은 사실상의 ‘전리품’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행료 징수 관리안을 승인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한척당 200만 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징수해 연간 1000억 달러(약 150조원)를 징수하는 내용이다. 해당 안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도 매년 1조원이 넘는 통행료를 내야 한다. 추가 비용은 그대로 유가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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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호르무즈 미국과 무관”…비용은 중동국에?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호르무즈해협과 관련 “미국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는 6일까지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에너지 시설을 초토화하겠다”던 기존 입장과는 달라진 말로, 사실상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로 종전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신호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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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주 경계 인근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에 화물선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나 다른 나라가 석유나 가스가 필요하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직접 가면 된다. 그들은 스스로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책임을 동맹국에 떠넘겼다. 그러면서 “중국 같은 나라들은 그곳에서 원유를 채우고 스스로 알아서 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낮은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무관하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엔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하자 “미국은 큰 돈을 벌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쟁 비용과 관련해선 전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이란 인근 아랍국가들에게 부담하게 할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셀프 승리’ 선언?…대국민 연설 예고

레빗 대변인은 철군 관련 발언이 나온지 1시간 반쯤 뒤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과 관련해 중요한 진척사항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설명과 함께 예정에 없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예고했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승리를 선언하며 이란 전쟁에서의 출구전략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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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공격으로 ‘하늘의 눈’이라 불리는 E-3 센트리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가 파괴됐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12명의 미군이 다치고 이 중 2명이 중상을 입었다. AFP=연합뉴스

이에 대해 노벨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호르무즈를 우리가 열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은 실제로 미국이 전쟁에서 졌다는 자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가) 유럽에게만 중요하고 미국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며 “미국은 굴욕적이고 끔찍한 패배의 대가를 평생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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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한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유 가격은 갤럴당 7.455달러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이날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3.78L) 당 4달러를 넘어섰다. 또 전날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정가에서 휘발유 가격 4달러는 정부·여당의 선거 패배와 직결되는 ‘금기의 4달러’로 불리고, 지지율 35%는 실패한 대통령을 정의하는 암묵적 기준선으로 평가된다.

美 3번째 항공모함 중동행...이란은 “미국 빅테크 파괴할 것”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예고와 동시에 미군은 중동에 추가 병력을 속속 집결시키고 있다.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조지 H.W. 부시호와 호위 전단이 이날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를 출항해 중동으로 향했다.

이미 중동 지역에 배치돼있는 에이브러햄 링컨호와 제럴드 R. 포드에 이은 세 번째 항공모함으로, 부시호와 호위 전단은 6000여명의 병력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이란은 중동 내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보복 공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을 내 현지 시간으로 1일 오후 8시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과 연계된 18개 미국 기업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가 지목한 기업에는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HP, 인텔, IBM 등 주요 하드웨어 기업, 오라클, JP모건, 보잉 등 미국 주요 기업이 포함됐다.

IRGC는 이들 기업에 대해 “미국의 전쟁 조장 정권과 연계된 첩보 기관”이라며 “이들의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가 이란 내에서 미국·이스라엘의 테러 작전을 설계하고 암살 대상을 추적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기관의 직원들은 목숨을 지키려면 즉시 일터를 떠나라”며“해당 기업 시설의 반경 1㎞ 이내 거주 주민들도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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