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이란 “종전” 첫언급…이스라엘과 동상이몽에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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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은 이란을 떠나는 것이다. 2~3주 이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필수 조건을 충족한다면 이 분쟁을 끝낼 의지가 있다.”(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이란 양국 정상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종전(終戰)’ 언급이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한 중동 전쟁이 1개월을 넘기는 동안 트럼프가 종전을 시사한 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란 고위층이 종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다. 종전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실제 성사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전쟁 당사국(미국·이란·이스라엘)마다 속셈이 다르다. 트럼프는 앞서 이란과 종전 합의나 호르무즈해협 개방 여부와 무관하게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부담 등 전쟁 악재를 털고 싶어서다. 미국이 말하는 종전이 승리 선언보다 ‘출구 전략’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은 긴장을 관리하며 더 큰 충돌은 피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종전 자체보다 향후 체제 보장에 관심이 많다. 페제시키안이 언급한 필수 조건은 앞서 미국과 종전안을 주고받으며 제시한 5대 조건인 ▶적에 의한 침략·암살 완전 중단 ▶이란에 대한 전쟁 재발을 방지하는 견고한 메커니즘 수립 ▶전쟁 피해에 대한 명확한 배상 ▶중동 전역에 걸친 모든 전선과 저항 조직에 대한 전쟁 완전 종결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합법적인 주권 행사와 이에 대한 보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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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신화통신=연합뉴스

종전을 통해 전쟁의 손실을 만회하고 동시에 ‘미국에 맞섰다’는 명분까지 확보하려는 계산이다. 하지만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조건이라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 최고지도자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실권을 쥐고 있는 만큼 이란 스스로 내부 이견을 조율하는 데 혼선을 겪는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 지도부가 계속 교체돼) 이란 협상단이 자국 정부가 무엇을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 알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 변수는 종전에 미온적인 이스라엘이다. 양국 정상의 종전 언급이 있던 날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란이란 공동의 위협에 맞서 역내 주요 국가와 새로운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협상 중에 이란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를 공습하는 등 군사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동 중인 원전은 공습하지 않는다’는 전쟁의 불문율까지 깨뜨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국의 속셈이 다른 상황에서 종전 가능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목표가 다른 당사자들 간의 합의는 취약하기 쉽다”고 진단했다.

형식적으로나마 종전에 이르더라도 저강도 군사 충돌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빠르게 발을 뺄 경우 이란이 영향력을 키울 절호의 기회라서다. 이스라엘이 군사 행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AP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 국가는 이란이 더 약화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기를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어떤 휴전(ceasefire)도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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