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결혼보다 커리어…여성 고용률 ‘M자 커브’ 사라졌다
-
1회 연결
본문
지난해 30대 전반 여성의 고용률이 20대 후반 여성을 30년 만에 앞질렀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면서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낮아지는 ‘M자형 커브’ 현상이 사라졌다.
1일 중앙일보가 국가통계시스템(KOSIS)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30~34세 여성 고용률은 7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나이대 여성 4명 중 3명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가장 높은 고용률을 보여온 25~29세 여성(73.6%)을 역전했는데 1995년 이후 30년 만이다. 고용률 통계는 1980년부터 집계했다. 25~34세 여성 고용률이 50%를 넘어선 1997년 이후로 따지면 처음 뒤집힌 것이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포괄하는 경제활동참가율의 경우 30대 전반(77.4%)이 아직 20대 후반(77.8%)보다 소폭 낮지만 거의 따라붙었다.
김영옥 기자
여성 고용률이 20대 높아지다 출산·육아 탓에 30대 낮아지고, 다시 40대 이후 재취업해 올라가는 ‘M자’ 커브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 이젠 ‘M자’가 평평해지는 걸 넘어 뒤집힌 ‘U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만혼·저출생 흐름에 청년 취업난까지 겹쳤다.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 기간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2년 연속 반등했다지만 지난해 기준 0.8명대에 불과하고, 30~34세 여성 미혼율은 58%에 달한다. 평균 출산 연령은 2005년 30.2세에서 지난해 33.8세로 20년 새 3.6세 상승했다. 고령 산모(35세 이상) 출생아 비중도 37.3%로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여성이 경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력 단절 자체를 피하려고 결혼·출산을 늦추거나 아예 비혼·비출산을 선택한 결과”라며 “이른바 M세대인 1985~96년생 여성은 커리어를 우선시하며 뚜렷하게 결혼을 후순위로 미루는 ‘결혼 옵션 세대’”라고 진단했다.
아빠 육아휴직 확대, 돌봄 정책 강화 등 일·가정 문화 확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중은 36.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새 60.6% 늘었다. 덩달아 ‘워킹맘’도 증가했다.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월 기준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54세 이하) 고용률은 64.3%로, 201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다. 전체 기혼여성 중 경단녀 비중은 14.9%로 1년 새 1%포인트 하락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출생아 수가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1990년대 초·중반 출생자)가 출산 주력 연령대에 이른 ‘인구 파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30~34세 여성 인구는 올해 172만 명에서 10년 뒤 124만 명으로 줄고 20년 뒤에는 지금보다 3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인구 정책을 주도해야 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는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넘게 공석이다. 2006년 시작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5년마다 진행돼 지난해 제4차 계획이 끝났지만, 올해 관련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신자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M세대가 커리어를 중시하는 특성을 고려하면 육아휴직을 강화하는 것만큼 긴급 돌봄 휴가·유연근무도 활성화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며 “긴급 공적 돌봄 시스템, 이를테면 ‘돌봄 119’와 같은 앱을 만들어서 배고프면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듯 손쉽게 돌봄 공백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세진 교수도 “일·결혼·출산·육아에 있어 여성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저출생 흐름을 역전시킬 출발선”이라고 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