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유니콘 기업, 사회공헌에서도 ‘유니콘’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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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크래프톤에서 무신사까지…
유니콘 기업의 사회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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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문유비

게임 회사인 크래프톤은 사회공헌 사업도 게임 개발하듯이 한다.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와 목표, 방향성이 정해지면 일단 파일럿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이클을 빠르게 실행한 뒤 포스트모르템(postmortem)이라는 일종의 ‘회고’ 시간을 갖는다. 사업의 효과는 어땠는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원인과 결과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다. 이진호 크래프톤 CSR팀장은 “회고를 통해 얻은 레슨을 이듬해 사업에 반영하는 식으로 사회공헌을 고도화하고 있다”면서 “게임 버전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대표적인 ‘유니콘’ 출신 회사다. 2018년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기며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고, 2021년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유니콘을 졸업했다.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한 건 2020년부터다. 사회공헌을 전담하는 CSR팀이 꾸려진 건 상장 이후인 2022년. 이진호 팀장은 “전담 조직이 생긴 뒤 사회공헌이 전략과 체계를 갖추게 됐다”면서 “단발성, 일회성 사업 대신 지속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두나무(업비트), 무신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여기어때,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에이블리 등 유니콘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본격화하고 있다. 크래프톤과 배달의민족 등 유니콘을 졸업한 ‘선배 기업’들도 가세했다. 창의적인 비즈니스로 단기간에 큰 재무적 가치를 만들어낸 유니콘 기업들이 사회공헌 영역에서도 혁신을 시작하고 있다.

사회공헌과 비즈니스의 결합

기업 사회공헌의 실행력은 전담 조직과 인력을 갖추는 것에서 출발한다. 단순 기부나 자원봉사 형태로 활동하던 유니콘 기업들이 전담 조직을 갖추기 시작한 건 2020년 전후다. 배달의민족은 2018년 상장 이듬해인 2019년 유니콘 출신 최초로 사회공헌 부서를 만들었다. 두나무는 2021년, 무신사는 2022년, 비바리퍼블리카는 2025년 사회공헌 전담조직을 꾸렸다.

가상자산 거래중개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이수민 임팩트비즈니스실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2021년 하반기 사회공헌 전담 부서가 신설됐다”면서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은 아직 대중적 이해와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영역이라 산업의 책임 있는 성장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미래세대의 금융 활용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나무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업클래스’다. 디지털 금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세대 맞춤형 디지털 금융 교육 프로그램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업클래스 주니어’는 기초 경제 교육부터 디지털 금융 기술에 대한 지식을 함양한다. ‘업클래스 청년’은 디지털 자산 등 미래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커리어 탐색 기회를 제공한다. ‘업클래스 시니어’는 은퇴 자산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금융 사기를 예방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유니콘의 사회공헌은 ‘비즈니스’와 연결된 영역에 집중된 경우가 많다. 온라인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도 업과 연관된 사회공헌에 주력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누리는 금융세상’이라는 사회공헌 비전을 바탕으로 서비스 초기부터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보호시설 아동, 자립준비청년, 경계선지능인, 시각장애인 등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금융 장벽을 낮추고 시스템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돕는다.

성기연 비바리퍼블리카 기업담당 대외협력본부장은 “사회공헌을 기업의 부가적인 활동으로 분리하지 않고 서비스 설계와 운영 전반에 녹여낸 것이 특징”이라며 “단순 지원이나 기부를 넘어 사용자들이 겪는 문제를 개선하고 교육을 통해 활용 역량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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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 유니콘 넘어 ‘사회적 유니콘’ 되려면

유니콘의 사회공헌이 비즈니스와 강력하게 결합하는 이유는 태생적 구조 때문이다. 유니콘 기업은 기존 시장이 가진 문제나 필요를 해결하면서 성장해왔다. 비즈니스 자체가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인 셈이다. 기존 기업들이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했다면 유니콘은 사회공헌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킨다. 토스는 금융 접근성 강화,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라는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 넥스트 패션 스콜라십(MNFS)’이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패션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선발해 시제품 제작을 위한 장학금, 실무 교육, 멘토링, 오피스 등을 제공하는 인큐베이팅 형 장학 프로그램이다. 브랜딩·생산·유통·마케팅 등 브랜드 운영 전 과정을 교육하며, 현직 전문가와 함께하는 ‘브랜드 팩토리 투어’ 등 현업 중심의 멘토링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무신사를 설립한 조만호 의장의 제안으로 2022년 시작됐다. 정태영 무신사ESG실장은 “패션을 좋아하는 청년들의 꿈을 지켜주고 생태계에 역동성을 더하고 싶다는 의장의 제안에 따라 MNFS가 탄생했다”며 “작년까지 6기 총 113명의 인재를 배출했고 수료생들이 만든 20개의 신규 브랜드가 실제로 론칭돼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자가 가진 문제의식이 사회공헌 방향과 구조를 결정한다는 것도 유니콘의 특징이다. 크래프톤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은 개발자 양성과 인재 양성에 진심인 인물이다. 누구나 개발자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나 AI 관련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주는 ‘크래프톤 정글’ 프로그램을 직접 CSR팀에 제안했다. 이진호 크래프톤 CSR팀장은 “게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리소스가 바로 사람, 인적 자원이라는 창업자의 철학이 반영된 프로그램”이라며 “크래프톤 정글 운영을 위한 본부가 따로 운영되고 있으며 작년에는 용인에 ‘정글 캠퍼스’도 지었다”고 말했다.

유니콘 기업들은 새로운 사회공헌 사업에 대해 열려있는 편이다. 의사결정 과정도 간결하고 속도도 빠르다. 다만 한 번에 큰 자원을 넣지 않고 실험하듯 소규모로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효과가 있으면 키우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하는 식이다. 김기룡 한국사회가치평가 대표는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당장 성과가 없다고 바로 철수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에게 인내자본이 필요하듯 사회문제 해결에도 장기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면서 “결국 그런 기업들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재무적’ 유니콘이 ‘사회적’ 유니콘이 되는 것은 신뢰와 책임의 영역에 달렸다. 기존 대기업들이 매출 압박에도 일정 수준의 사회공헌 예산을 유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유니콘 기업의 사회공헌은 역사가 짧고 아직 내부에 전문성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서 장기적 관점의 임팩트를 내는 곳은 드물다”면서 “시작 단계인 만큼 단기적인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긴 호흡으로 내실을 다져야 신뢰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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