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코카콜라와 쿠팡의 차이는 ‘라스트 마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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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 변호사 (공익법단체 두루 이사장)
유통은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일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물건을 이동하는가에 따라, 누가 일하고, 누가 이익을 얻으며, 어떤 삶이 가능해지는지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물류의 ‘라스트 마일(Last Mile, 제품이 고객에게 도착하는 마지막 단계)’은 기술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코카콜라가 아프리카에 구축한 수동배송센터(Manual Distribution Center, MDC)는 물류가 비즈니스를 뛰어넘어 사회혁신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코카콜라가 아프리카에 진출할 때 도로의 부재와 좁은 골목 등 트럭이 접근할 수 없는 환경과 마주했다. 코카콜라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MDC를 도입했다. 대형 물류회사에 유통을 위탁하거나 물류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창업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지역주민이 소규모 유통사업자가 되어 제품을 받아 인근 상점에 전달했다.
손수레나 자전거로 이루어지는 이 유통망은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비즈니스의 성과뿐 아니라 사회혁신으로 이어졌다. 기존의 물류 모델이 대량 배송, 낮은 빈도를 특징으로 했다면 코카콜라는 작은 단위로 자주 배송하는 모델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소매점의 재고 부담은 감소했고, 수요 기반의 구매가 이루어졌으며, 소비자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3400여 개 이상의 MDC가 만들어졌고 1만9000여 명의 일자리가 생겼다(2012년 기준).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해 탄자니아의 경우 여성 기업가 비율이 32%에 이르렀다. 코카콜라는 자영업자에게 경영 교육을 꾸준히 해 아프리카에 인적자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아니다. 비즈니스를 사회혁신과 연결한 시도이다. 코카콜라는 더 넓은 시장에 더 깊이 침투할 수 있었고, 지역주민들은 소득을 얻고 창업 경험을 축적했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했다. 기업의 공급망 혁신이 사회혁신과 지역개발로 이어진 것이다.
쿠팡 역시 라스트 마일 혁신의 대표기업이다. 전국에 촘촘히 구축된 물류센터, 알고리즘 기반의 재고 관리, 그리고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초고속 배송시스템은 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소비자는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누리게 되었고, 중소판매자들도 전국 단위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쿠팡은 한국 유통의 효율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기업이다.

코카콜라는 아프리카 국가에 의약품을 보급하는 ‘프로젝트 라스트 마일’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사진 코카콜라]
코카콜라 모델에서 지역주민은 ‘파트너’였다. 반면 쿠팡 시스템의 참여자는 대부분 ‘노동자’다. 물류센터 직원, 배송기사,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 안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 구조는 높은 효율성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강한 통제와 종속성을 수반한다. 노동의 강도, 고용 안정성, 그리고 안전 문제는 반복적으로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코카콜라는 유통망을 분산시키면서 시장의 가장 아래층을 끌어올렸다. 반면 쿠팡은 유통망을 통합하면서 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재구성했다. 전자는 참여를 통해 소득을 분산시켰고, 후자는 효율을 통해 가치를 집중시켰다.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사회적 함의는 다르다.
코카콜라는 MDC 유통망을 배경으로 빌 게이츠 재단, 유엔기구 등과 함께 ‘프로젝트 라스트 마일’을 진행하였다. MDC 유통망을 통해 의약품을 보내는 프로젝트이다. 아프리카 어디에서나 코카콜라를 살 수 있지만, 아프리카 인구 50%가 필수 의약품에 접근할 수 없는 현실에 주목하였다. 탄자니아의 경우 프로젝트 시작 전 필수 의약품을 받던 의료기관이 150여 개였는데 프로젝트 이후 5500여 개의 보건시설에 의약품이 배송되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쿠팡의 라스트 마일 배송 시스템은 엄청난 비즈니스 성과를 보여 주었다. 그런데 비즈니스와 사회혁신을 결합하려는 전략은 잘 보이지 않았다. 만일 쿠팡의 배달 오토바이를 모두 전기 오토바이로 바꾼다면 도시 소음과 탄소 배출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한 사업자의 노력과 정책만으로는 어렵겠지만, 정부와 협력하여 보조금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쿠팡의 배송 시스템을 이용하여 취약계층 배송이나 재난 대응에 활용한다면? 노동자들을 단순한 수행자가 아니라 일정한 자율성과 수익을 공유하는 파트너로 전환하는 모델은? 중소 판매자와의 관계 역시 경쟁과 종속이 아니라 데이터와 성장을 공유하는 구조로 재설계한다면?
쿠팡은 중소상공인을 육성하기 위해 ‘착한 상점’을 개설하였다. 얼마 전 누적 매출이 5조원을 돌파하였다고 한다. 쿠팡은 지난 1년간 소상공인 판로 확대를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였다. 쿠팡은 장애인 고용에도 적극적이다. 2019년 0.54%에서 2024년 3.11%로 늘어났다. 장애인고용공단과 협력하고 포용고용팀을 만들었다. 디자인, 채용 코디네이션, 안전관리 등 장애인의 직무를 개발하고 근무방식도 개선하였다. 쿠팡의 물류·배송센터 직원의 50%는 여성이다.
쿠팡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와 사회혁신을 결합하려는 관점이 필요하다. 쿠팡이 가진 물류 인프라와 기술은 사회혁신의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의 방향이다. 현재의 구조가 효율과 속도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면, 그것을 사람과 공동체를 향한 방향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라스트 마일은 단순히 ‘마지막 1km’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이다. 코카콜라의 MDC가 보여준 것은, 그 접점을 통해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더욱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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