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사업 아닌 사람에 투자…‘K-앙트러프러너십’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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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몽구 앙트러프러너십’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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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현대차 정몽구 앙트러프러너십’ 프로젝트 발표회 현장. [사진 현대차 정몽구 재단]

“기업가에 1달러를 투자하면 60달러의 사회적 효과를 낼 수 있다.”

글로벌 혁신 경진 플랫폼 엑스프라이즈(XPRIZE)가 내세우는 성과다. 엑스프라이즈재단은 기후·교육·식량·보건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주제로 대회를 열고, 전 세계 기업가들을 끌어들인다. 지금까지 30개 대회에 3만5000명의 혁신가가 참여했고, 상금으로만 5억 달러(약 7570억원) 넘게 투입됐다. 기존에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 개발과 시장 형성을 유도하는 구조다.

싱가포르 테마섹재단은 역시 교육·기술·보건 분야 지원사업을 펼치면서 핵심을 ‘기업가의 역량(capability)’에 둔다. 캐나다에 본부를 둔 마스터카드재단은 장학생을 창업가 지원으로 연결하는 장기 인재 육성에 집중한다. 스콜재단은 사회혁신가를 선발해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원)를 지원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람 자체를 브랜드로 만든다.

글로벌 민간 재단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프로젝트나 사업을 지원하던 기관에서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키우는 기관으로 전환하는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창업 지원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재단은 기존 사업을 통합한 ‘현대차 정몽구 앙트러프러너십’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고 대학생부터 스타트업 창업가, 기업가형 연구자까지 아우르는 인재 육성 모델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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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육성에 5년간 250억원 집중 지원

재단은 지난달 31일 서울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현대차 정몽구 앙트러프러너십’ 프로젝트 발표회를 열고 사업 전략과 구조를 공개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기존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와 ‘그린 소사이어티’를 하나로 묶어 기업가 중심의 통합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지원 체계는 ▶CMK 임팩트프러너 ▶CMK 그린 소사이어티 등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향후 5년간 총 250억원을 투입해 임팩트형 기업가와 기업가형 연구자 400명을 육성하고, 34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임팩트프러너에 130억원, 그린 소사이어티에 12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재단은 “지원의 방점을 조직의 외형적 성장보다는 혁신을 이끄는 ‘사람’ 본연의 역량 강화에 둔다”며 “기업가들이 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펠로우십과 커뮤니티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CMK 임팩트프러너’는 예비·초기·성장 단계 창업가를 나눠 선발하고 교육, 멘토링, IR,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기존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에서 사업명을 변경하고 대학생 중심의 예비창업 트랙을 신설하고, 창업 3년 미만의 초기 트랙과 창업 3년 이상 7년 미만의 성장기 트랙을 운영한다. 또 올해부터 재단과 UNDP 서울정책센터와 공동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가를 지원하는 ‘글로벌 임팩트프러너’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CMK 그린 소사이어티’는 연구자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술 기반팀을 대상으로 사업화와 투자 연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연구실의 기후테크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대 3년간 연구 개발비와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에 재단이 아이템과 사업 모델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어떤 환경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업가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행사에는 정무성 현대차 정몽구 재단 이사장, 오대균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앤 유프너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정책센터 소장 등 국내외 임팩트 생태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무성 이사장은 “재단 설립자 정몽구 명예회장의 기업가적 유산을 미래 창업가와 연결하기 위해 ‘현대차 정몽구 앙트러프러너십’을 시작하게 됐다”며 “창의적 솔루션으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려는 기업가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임팩트프러너’ 창업가를 다시 정의하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임팩트프러너(Impact-preneur)’다. 사회문제 해결로 임팩트(impact)를 만드는 기업가(entrepreneur)라는 뜻이다. 재단은 이를 시장 기회를 찾는 창업가가 아니라 사회문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즈니스를 활용하는 인재로 정의한다.

이들을 뒷받침하는 구조도 함께 설계됐다. 재단은 자금 지원을 넘어 교육, 멘토링, 글로벌 진출 지원, 커뮤니티를 결합한 육성 체계를 운영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싱가포르 임팩트 생태계 등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하고, 창업가 간 협력 구조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단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수 기반으로 선발된 인재들이 장기적으로 연결되는 ‘펠로우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다른 특징은 ‘관계’다. 스콜재단이나 아쇼카, 슈왑재단이 사회혁신가를 평생 네트워크로 묶듯 현대차 정몽구 재단도 ‘정몽구 펠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나의 인재군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K-앙트러프러너십’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적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한 사회문제 해결 방식이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사람 중심의 지원 전략은 성과 측정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주요 성과 지표인 매출, 고용, 생존율 지표와 더불어 창업가의 성장 궤적과 생태계 영향력이 더해진다. 먼저 창업가의 성장이다.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라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임팩트 기업가’로 얼마나 진화했는지를 평가한다. 둘째는 생태계 기여도다. 창업가 간 협력과 네트워크, 이른바 ‘페이잇포워드(Pay-It-Forward)’가 얼마나 작동하는지를 본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변화다. 해당 비즈니스가 산업 규제나 시장 관행을 얼마나 바꿨는지를 평가한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재단이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길러냈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임팩트프러너들이 사회 곳곳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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