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호르무즈 봉쇄 ‘남 일’ 취급?…트럼프 ‘경제 폭탄’ 줄줄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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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남의 일’처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처럼 미국 경제는 전쟁 영향에서 자유로운 무풍지대일까. 거미줄처럼 공급망으로 얽힌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서 미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석유와 가스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호르무즈를 통한 석유 수입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봉쇄가 미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호르무즈를 통해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해협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차적인 중동산 석유 수입량만 놓고 보면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국가보다 미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 수입량에서 중동산 석유 수입 비중은 2024년 기준 8% 안팎이다. 석유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석유가 ‘산업의 쌀’ 역할을 하는 만큼 충격도 다층적이다.

먼저 미국은 에너지 수입국일 뿐 아니라, 동시에 주요 에너지 수출국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선박 추적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제품 수출 규모는 2월 일평균 250만 배럴에서 지난달 일평균 311만 배럴 수준으로 급증했다.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다. 중동산 석유 공급이 막히자 유럽·아시아 국가가 미국산 제품 확보에 나선 결과다.

석유제품 수출 증가에는 명암이 있다. 미국 국내 시장 공급 감소로 휘발유·디젤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전쟁 시작 이후 36% 급등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소비자는 3년 만에 처음 주유소에서 갤런당 평균 4달러(L당 약 1600원)를 넘는 휘발유 가격표를 받아들었다”며 “급증한 석유제품 수출이 트럼프에게 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짚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에 민감한 유권자를 자극하는 요소다.

땅덩이가 넓은 미국은 ‘자동차의 나라’면서 ‘항공기의 나라’이기도 하다. 석유제품 중 항공유로 들어가면 구조적으로 더 취약하다. 미국은 세계 최대 항공유 소비국이다. 미 서부,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지난해 항공유 소비량의 18% 이상을 수입했다. 대부분이 한국산이다. 항공유 가격 상승이 미국 내 항공 운임과 물류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미국은 항공유를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을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글로벌 공급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결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이외 분야 충격도 무시할 수 없다. 호르무즈는 전 세계 비료 물동량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경로다.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비료 가격 상승→농업 생산비 증가→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세계 최대 농업 생산국인 미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농업은 트럼프의 지지층이 대거 포진한 지역의 주력 산업”이라고 짚었다.

호르무즈 봉쇄로 중동산 헬륨 공급이 제한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헬륨은 반도체를 만들 때 필수 소재다. 미국은 마이크론 같은 반도체 제조업체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빅 테크'마다 반도체 최대 수요처라 전략적으로 반도체 산업 보호에 힘을 쏟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봉쇄 파장이 필수 소비재부터 첨단 산업까지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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