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 찾아 ‘단계적 개헌’ 힘 실은 李…장동혁 “블랙홀 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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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일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해 사전 환담장에서 발언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를 찾아 “이번 기회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헌을) 조금이라도 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력구조 개편 등을 제외한 합의 가능한 개헌부터 먼저 하자는 ‘단계적 개헌’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를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6·3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우 의장과 주호영·이학영 국회부의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과 환담했다. 우 의장은 이 자리에서 추경 편성 필요성과 함께 개헌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개헌에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셔서, 국민이 개헌 추진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야당 입장을 고려해 5·18 정신뿐 아니라 부마 항쟁 정신도 헌법 전문에 함께 수록하자”고 제안하는 등 개헌에 목소리를 낸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우리 헌법이 너무 오래됐다”며 “국가 질서의 근간이 되는 헌법은 시대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이라든지, 계엄 요건의 엄격화 문제라든지 하는 부분은 누구도 이론이 없을 만한 부분이어서 충분히 합의될 수 있다”며 “가능한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해 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곤 “여기 야당 대표들도 계시다”며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한데 뭐 그런 (개헌) 얘기를 하냐고 하실 수 있지만, 국가 질서의 근간이 되는 것이어서 가능한 시기가 자주 있는 게 아니다”고도 했다. 장동혁 대표가 사흘 전인 지난달 31일 우 의장과의 회동에서 “민생을 챙길 시점”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한 걸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은 개헌안 발의 절차에 착수했고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 및 부마 민주항쟁 정신 수록 ▶지방 분권과 지역 균형발전 정신 반영 ▶비상계엄 국회 사후 승인권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3일 발의할 계획이다.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가 성사되면 1987년 개헌 이후 39년 만에 국민투표를 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5월엔 국회가 정부 개헌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아 개표는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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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임현동 기자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장 대표는 2일 비공개 환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개헌특위도 없었고, 제대로 된 개헌 논의가 없었다”며 “민생이 어려운데 개헌을 하면 블랙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블랙홀에 빠지지 않을 텐데요”라며 “국민의힘이 여러 해마다 이야기를 한 것이고, 약속도 다 했던 것”이라고 장 대표를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참석자들이 “개헌에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부의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자, 주 부의장은 “내가 여기(국민의힘) 있을지, 또 나갈지도 모르는데…”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대구시장 후보 컷오프(공천 배제)를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한 주 부의장이 뼈 있는 농담을 하자 장 대표를 포함한 모두가 크게 웃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과 적극 소통했다. 환담장에 들어서는 장 대표에게 “왜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 걸 안 매셨냐”고 먼저 물었고, 장 대표는 “오늘(2일) 이런 (일정이)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옆에 있던 정청래 대표가 “저는 대통령님하고 색깔 맞춤을 했다”며 파란 넥타이를 들어 보이자 장 대표는 “대통령님과 정 대표님은 넥타이 색이 비슷한 거 보니 소통이 되는데, 야당과는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받아쳤다. 이에 이 대통령은 곧장 “제가 어제는 빨간색 (넥타이) 대통령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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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4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시정연설 후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여럿 포착됐다. 이 대통령이 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이 지역구인 김성원 의원에게 “경기 북부는 괜찮죠. 제가 도지사 때 많이 챙겼는데”라고 말을 건네자 김 의원은 “대통령 되고는 왜 안 챙기셨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탈북자 출신인 박충권 의원이 “외교·안보·통일을 잘 챙겨달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너무 선을 넘는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여기도 선을 많이 넘던데”라고 농담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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