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환율 1380'원에 묶인 예산...외화사업 부처, 치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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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만에 원·달러환율이 1530원을 넘었던 지난달 31일 오후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강정현 기자
국제유가 급등과 달러 강세로 환율이 치솟는(원화 가치 하락) 가운데 정부의 예산 편성 기준 환율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원-달러 환율 1380원을 기준으로 올해 해외 사업 예산을 배정했지만, 환율은 1530원까지 치솟았다. 외화 사업 비용이 급증하며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각 부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화 사업 비중이 큰 국방부는 올해 58개 사업에 원-달러 환율 1380원을 기준으로 약 16억3584만 달러의 예산을 편성했다.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약 163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구조다. 올해 1분기(1~3월 매매기준율 기준) 평균 환율 1465.2원을 적용하면 약 1394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외교부 역시 환율 상승 부담이 적지 않다. 총 26개 외화 사업에 12억300만 달러를 배정받았다. 이를 1분기 평균 환율 기준으로 환산하면 추가 부담은 약 10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1465.2원)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1605.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예산 편성 시 적용한 기준 환율(1380원)과 비교해도 약 6.17% 높다.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기존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외화 사업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편성된 외화 사업 사정도 비슷하다. 산업통상부는 유로화로 집행되는 사업의 기준 환율을 유로당 1590원으로 설정해 예산을 편성했지만, 올해 1분기 평균 유로 환율은 약 1713.8원으로 7.78% 상승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호주달러 기준 환율을 895원으로 잡았으나, 올해 1분기 평균 환율은 약 1017.1원으로 13.64% 상승했다.
이로 인해 두 부처의 외화 사업에서 추가 재정 부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각 부처는 아직 연초 단계인 만큼 사업 계획 조정이나 예산 전용 등을 통해 우선 대응하고, 부족할 경우 예비비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경우, 자금 부족으로 정책 집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와 정부 부처에서는 기획처가 기준 환율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기획처는 예산 편성 전 3개월 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삼는데, 예산 편성 시기였던 지난해 3분기 평균 환율은 1385.3원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1분기와 2분기 평균 환율이 각각 1452.7원, 1404.0원이었다. 1380원을 기준으로 설정한 것은 연중 환율 변동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예산 편성 직후인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은 1451원으로 다시 상승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불과 3개월 만에 25조원 규모의 세입경정이 이뤄진 데 이어 환율 전망까지 빗나가면서 재정당국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경기 예측 기능을 보다 정교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과거 평균 환율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제시하는 환율 리스크와 대외 변수 분석을 반영해 보다 현실적인 예산 가정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기획처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편성했다”며 “이를 통해 각 부처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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