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볼레로’ 주역으로 한국 찾는 김기민, “연습도 공연도 200%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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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팬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김기민)

마린스키 수석 무용수 김기민이 오는 23일과 25일 모리스 베자르의 명작 ‘볼레로’ 주역으로 국내 무대에 오른다. 김상선 기자
스위스의 세계적인 발레단 ‘베자르 발레 로잔’(BBL)이 ‘마린스키의 별’ 김기민(33)과 함께 한국 무대에 선다. 오는 23~26일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2011년(대전) 이후 15년 만에 한국 공연이다. 서울 무대에 서는 건 2001년 이후 25년 만이다. 공연 공식 명칭은 ‘베자르 발레 로잔 위드 김기민’이다. 김기민은 23일과 25일 ‘볼레로’ 공연에서 두 차례 관객과 만난다. 해당 회차는 티켓 오픈 5분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2011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이래 2015년 마린스키 최초의 동양인 수석무용수에 오르며 현재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김기민은 2일 화상 인터뷰에서 “마린스키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한 제 공연이 ‘볼레로’였다고 한다”라며 “‘볼레로’ 첫 공연을 한국에서 하게 됐으니 마린스키 팬들은 실망할 수 있겠다”라며 웃었다.
김기민은 지난 2016년 무용계 오스카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남성 무용수상을 받은 세계 정상급 무용수다. 하지만 그는 “이번 공연은 저보다는 ‘베자르’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기민이 언급한 모리스 베자르(1927~2007)는 전통 발레에 독창적인 안무를 더하며 현대 발레의 경계를 넓힌 인물로 꼽힌다. 베자르가 1987년 스위스 로잔에서 창설한 안무단체가 이번에 내한하는 BBL이다.
김기민은 “베자르는 현재 춤추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유산을 남겨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BBL이 15년 만에 내한했다는 사실도 아쉽다. 좀 더 자주 내한했다면 한국 발레계에 또 다른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BBL이 공연한 ‘볼레로’ 모습. 사진 BBL, 마르크 뒤크레
그가 출연하는 ‘볼레로’는 무대 중심 붉은 원형 테이블 위 주역 무용수가 구현하는 ‘멜로디’와 그를 둘러싼 남성 군무가 만들어내는 리듬이 결합해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작품이다. 1961년 초연한 베자르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적인 스타 무용수들이 거쳐간 ‘멜로디’를 김기민은 한국 무용수로서는 처음 연기한다. 줄리앙 파브로 BBL 예술감독은 “‘멜로디’ 역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역할로 뛰어난 체력과 끊임없는 정확성, 그리고 극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 전체의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라며 “김기민은 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자신을 무서우리만치 몰입시켰다”라고 전했다.
정작 김기민은 “정말 원하는 배역이었고 기회를 얻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면서도 “한국 최초 볼레로 주역이라는 타이틀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라고 했다. 그는 “연습도 공연도 200% 이상 하려 한다. 볼레로 음악을 들으며 잠들고, 깨고 있다”며 “연습할 때 느끼는 감동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기민은 최근 젊은 한국 무용수가 세계 발레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아주 탄탄한 기본기를 가졌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입시 발레가 발전하다 보니 춤을 잘 추는 것처럼 보이는데 능한 면도 있는 것 같다”라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콩쿠르 우승 등의 성과가 있을 수 있지만, 오랫동안 좋은 춤을 추긴 힘들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김기민이 발레 '돈키호테'에서 남자 주인공 바질을 연기하는 모습. 사진 김기민
BBL은 이번 공연에서 베자르의 또 다른 명작인 ‘불새’와 함께 네덜란드 안무가 요스트 브라우엔라에츠의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 및 슬로베니아 안무가 발렌티나 투르크의 ‘햄릿’도 선보인다.
‘햄릿’에는 BBL 소속 한국인 발레리나 이민경이 ‘오펠리아’ 역으로 참가한다. 예원학교 출신으로 김기민의 1년 선배인 그는 2020년부터 BBL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민경은 “지난 2월 만난 김기민은 20년 전과 다르지 않게 여전히 장난기 많고 순수한 모습이었다”라며 “그러면서도 김기민이 왜 지금 이 자리에서 설 수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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