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물가 기름붓는 석유…9.9%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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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소비자 물가 지수(118.80)가 1년 전보다 2.2% 올랐다. 농산물은 5.6% 하락했지만, 석유류가 9.9% 뛰었다. 한산하기만 한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에도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는 2.2% 상승에 그치며 일단 선방했다. 그러나 이달부터 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물가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블룸버그 전망치(2.4%)를 밑돌았다. 다만 전월(2.0%)보다 상승폭이 확대되며 3개월 만에 반등했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지난달 초 배럴당 76.5달러에서 한 달 새 128.5달러로 급등한 영향이 컸다. 석유류 가격은 9.9% 뛰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10월(10.3%)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나타내면서 지난달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렸다. 석유류 가격 상승이 없었다면 전체 물가 상승률은 1%대에 머물렀을 것이란 의미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17.0%, 휘발유가 8.0% 올랐다.

다만 지난달 13일부터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가 충격을 일부 상쇄했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싱가포르 국제 휘발유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60%대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석유 최고가격제가 일정 부분 영향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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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 채소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먹거리 물가도 완충 역할을 했다. 주요 농산물 출하 확대 등 계절적 영향으로 채소 가격이 13.5% 급락하면서 농산물 가격은 5.6% 하락했다. 가공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1.6% 올라 상승 폭이 둔화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2%로 안정을 유지했다.

문제는 이달부터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즉각 휴전해도 쿠웨이트·이라크 등의 원유 생산 완전 정상화까지 3~4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해협 개방 이후에도 고유가가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유사한 지정학적 사례를 보면 리스크가 진정된 이후에도 운임과 보험료가 정상화되기까지 평균 3주가량 소요된다”며 “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물가 영향은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면서 물가 전반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최근 “일시적 공급 충격이라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지켜봐야 한다는 게 교과서적 사례”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공급 충격이 장기화하거나 2차 전이 조짐이 나타날 경우 한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본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공급발(發) 물가 상승의 2차 전이를 막기 위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고물가와 함께 저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충격이라 기준금리를 당장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바로 금리를 올리면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지출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만약 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영향을 충분히 살펴본 뒤 나중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용 총재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10일)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연 2.50%)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신 총재 후보자의 첫 금통위가 될 다음 달 28일이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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