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매의 눈으로 변기 샅샅이 뒤진다…노란옷 그녀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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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공항 시니어 불법드론 감시단원들이 지난달 5일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부산시는 지난달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폐의약품 안심수거단’을 운영하고 있다. 가정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지기 쉬운 폐의약품을 직접 수거해 환경오염을 줄이고, 노인 일자리도 창출하는 사업이다. 수거단은 아파트와 경로당 등을 주 1회 이상 방문해 폐의약품을 모으고 분리배출 방법도 안내한다.

부산에서 연간 발생하는 폐의약품은 약 6000t에 달하지만, 실제 수거율은 10% 수준에 그친다. 부산시는 미수거 폐의약품이 수질·토양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900명이 수거단으로 활동 중이며, 참여자는 월 30시간 근무하고 약 29만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부산시는 연말까지 수거단을 10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 공공근로나 용돈 벌이 수준에 머물던 노인 일자리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환경·안전·돌봄 등 생활 밀착형 분야로 역활이 확대되며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각 지자체는 지역 현안을 해결하면서 고령층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제주에서는 퇴직 경찰·소방관과 항공 전문가 등 시니어로 구성된 ‘제주국제공항 불법 드론 감시단’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공항 최초로 도입된 감시단은 순찰 구역 내 불법 드론 적발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인력은 16명에서 100명으로, 순찰 구역도 5곳에서 60곳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들은 하루 3시간씩 월 20일 근무해 76만원을 받는다.

전남 영암군의 ‘기찬밥상’과 ‘기찬빨래방’도 안정적인 노인 일자리 모델로 꼽힌다. 기찬밥상은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한식 뷔페로, 2023년 개업 이후 매출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4억원대를 기록했다. 기찬빨래방은 매장 운영과 함께 고령자·장애인 가정을 찾아가는 이동 세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불 등 대형 세탁물을 수거해 세탁·건조 후 다시 배송하는 방식이다. 기찬빨래방 소속 노인들의 경우 하루 3시간씩 월 20일을 일하고, 매달 76만원을 손에 쥔다. 영암군은 두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2호점까지 확대되며 35명 이상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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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니어클럽 한 회원이 공중 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있다. 중앙포토

방역과 치안 분야에서도 노인 인력을 활용한 시도가 늘고 있다. 서울 광진구와 경기 안양시 등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생활방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중화장실 불법 카메라 점검 업무도 맡기고 있다. 광주 광산구 ‘시니어 치안지킴이’는 전통시장 등을 돌며 보이스피싱과 소매치기 예방 활동을 벌인다. 경기도에서도 자동제세동기(AED) 관리단, 시니어 금융 강사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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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이 같은 변화는 고령화 심화와 맞물려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이미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단순 생계 지원을 넘어 노인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노인 일자리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영삼 국립부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며 전문성을 갖춘 노인들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사회 참여와 전문성 발휘를 원하는 이들의 수요에 맞춰 일자리 유형도 진화 중인데 지역 특성 및 현안과 (노인 일자리 사업을) 연계하면 노인의 사회 참여와 일정한 소득 보장 효과를 함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일부 사업은 여전히 단기·저임금 구조에 머물러 있고, 안전 교육이나 전문성 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들은 “노인 일자리를 단순 복지를 넘어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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