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중국, 러시아, 이란....권위주의 세력과 유라시아 패권의 중요성[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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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지정학
할 브랜즈 지음
김태수 옮김
21세기북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고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이란을 선제공격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란 공격의 이면에는 미국에 위협적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밀착한 이란의 연대를 약화시키려는 포석이 깔려 있을 거라고 분석한다.
『유라시아 지정학』을 읽은 독자라면 아마도 이런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학대학원 교수이자 미국 국제 외교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역사학자인 할 브랜즈가 지은 이 책은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 유라시아 패권을 노리는 새로운 권위주의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첨예한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중동의 위기 등 지정학적 대결 구도를 ‘유라시아 대륙을 장악하려는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이라는 일련의 거대한 흐름에서 분석한다.
지구 육지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유라시아는 세계 인구의 약 70%와 산업적 역량, 군사 잠재력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라시아 핵심 지역과 해역은 가장 치열하면서 지정학적으로 세계를 규정짓는 경쟁의 무대이다.
지은이는 1·2차 대전을 ‘유라시아 지정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꿰뚫어 봤다. 1차 대전 당시 독일 제국과 2차 대전 때의 나치 독일, 일본 제국을 유라시아의 막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야욕을 가진 ‘대륙 권위주의 세력’으로 분류했다. 지은이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해양 민주주의 세력’이 연합해 대륙의 권위주의 독재 세력과 맞선 지정학적 숙명의 결과로 해석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도래한 동서 냉전 역시 열전이 아니었을 뿐 유라시아의 세력 균형을 둘러싼 본질적인 대결이었다고 봤다. 냉전 시기 내내 소련은 이념을 내세워 끊임없이 유라시아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세력을 확장하려 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세계는 이에 맞서 유라시아 주변부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단단히 결속시킴으로써 결국에는 소련이 스스로 붕괴하게 만들면서 ‘총 한 방 쏘지 않고’ 냉전을 평화적으로 종식시켰다.
냉전이 끝나고 한동안 미국 단극 체제가 지속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중국·러시아·이란이 새로운 권위주의 연대를 형성하며 미국 주도의 질서에 노골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2022년 푸틴과 시진핑 간의 중·러 공동성명 발표와 곧 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두 번째 유라시아 세기’가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냉전 종식 이후 지속된 민주주의의 우위 시대는 이미 저물기 시작했고 유라시아 주요 지역은 격변에 휩싸였다. 중국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전 지구적 패권을 넘보고 있으며 러시아는 과거의 제국 부활을 꿈꾸며 공격적인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지은이는 또다시 유라시아 내부의 권위주의 국가들이 그 주변에 위치한 자유세계 공동체와 대립하는 시대가 됐다고 봤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과연 동맹 수준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에서 보듯이 중국과 러시아의 이란 지원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미국 동맹체제는 눈에 띄게 균열되고 있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적극 협력하지 않는 동맹국들을 비난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9가지 지정학적 원칙과 교훈을 제시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륙의 권위주의 세력이 유라시아를 장악하도록 방치하면 결국 자유세계 전체가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격변하는 국제 정세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우리의 대응 방향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중국의 굴기는 머잖아 한반도에 격랑이 밀어닥칠 것을 예고한 지 오래다.
이 책은 유라시아 대륙 세력과 주변 해양 세력의 경계에 놓인 한국의 지정학적 입지와 현 국제 정세의 흐름을 냉철하게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참고서다. 미국 중심적 전략 사고 관점이 뚜렷해 비판적 독서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예리한 통찰력만큼은 번득인다. 책 속에는 지금의 이란 전쟁을 읽어 낼 수 있는 지정학적 풀이 열쇠들도 많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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