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천재와 조현병...살인자가 된 친구에 대한 가슴 아프고도 냉철한 기록[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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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살인
조너선 로즌 지음
박다솜 옮김
문학동네
이런 글은 어떤 장르라고 해야 할까. 분명 회고록인데 두 소년의 우정과 경쟁을 그린 성장소설을 닮았고, 미국의 사회 변화상을 그린 논픽션, 정신질환 치료법 변천사를 추적한 의학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이야기는 1973년 열 살 소년 조너선이 뉴욕 북쪽의 위성도시 뉴로셀로 이사와 동갑내기 마이클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유대인 소년은 함께 예일대에 입학할 때까지 8년 동안 같은 초중고를 다니며 단짝이 된다. 조너선에게 마이클은 “이미 인생을 한 차례 끝까지 살아보고 다시 어린 시절을 견디고 있는 사람”처럼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1분에 1200단어를 읽을 수 있는” 학습 능력을 지녔고, 어른들과 논쟁을 벌여도 결코 꿇리지 않는 천재였다.
범상치 않은 이 소년이 발병하기 전부터 저자인 조너선은 소설에서 복선을 깔 듯, 이상한 조짐들을 짚어낸다. 이를테면 한순간 완전히 멍해 있다가 다음 순간에는 완벽하게 몰입하거나, 아무리 소란한 곳에서도 잠들 수 있는 능력 같은 것들. 당시는 그저 괴짜로 치부될 뿐이었지만, 예일대를 3년 만에 졸업하고 경영컨설팅회사에 입사하면서 그것은 조현병으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편집·강박·우울증에 시달리던 마이클은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치료를 받는다. 병을 이겨내는 듯하면서 자신이 조현병 환자임을 당당히 밝히고, 예일대 로스쿨 입학에 성공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군대 내 동성애 문제에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정책을 펼치던 시대에 용감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언론에서 이런 좋은 먹잇감을 내버려 둘 리 없다. 뉴욕타임스가 1면에 대서특필하자, 할리우드에서 달려들어 150만 달러에 판권을 사들이고(브래드 피트가 마이클 역을 맡기로 했다), 60만 달러짜리 출판 계약도 맺는다. 부와 명예를 다 얻은 듯했지만, 불행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집필 스트레스로 상태가 악화된 마이클은 환각에 사로잡혀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만다. ‘정신장애를 극복한 영웅’으로 포장되면서 증상을 숨기고 최소한의 투약마저 회피했던 것이다.
조너선은 살인자가 된 천재 친구의 가슴 아픈 삶을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감동적인 이야기인데, 조너선은 한걸음 더 진실에 다가간다. 개인적 회고라는 씨줄 사이에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많은 정신의학의 발달사, 정신질환 환자를 대하는 사회적 태도의 변화, 거기에 개입하는 문화·철학·종교적 인식론까지 날줄을 던져넣어 촘촘히 엮어낸다.
이런 태피스리에서 저자는 친구를 무지와 편견의 희생자로만 그리지는 않는다. 마이클의 말들이 때로는 “위장막을 두른 자백처럼 들렸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로스쿨 교수의 말을 인용해 ‘폭력을 행사하고 싶을 때가 있느냐’는 질문을 저자는 물론 뉴욕타임스 기자도, 여자친구도 던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질문이 낙인이 될까 봐 망설이지만 무지한 선의가 낙인보다 무서운 비극을 낳을 수도 있다는 묵직한 경고를 저자는 던진다.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가슴 시린 관찰과 미묘한 아이러니, 미래를 향한 메시지가 담긴 이 책은 2024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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