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예인 왔나 봤더니…서울 한복판 휩쓴 ‘홍천 스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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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 나타난 양 '하양이'. 곽주영 기자
“음메. 음메에!”
지난 2일 낮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교 점퍼를 입는 학생들 100여명이 모여 있는 캠퍼스에서 난데 없는 동물 울음소리가 들렸다. 동그랗게 둘러서 있는 학생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자, 아래로 휘어진 매끈한 뿔과 새하얀 털을 가진 양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최근 서울 도심에 산책을 나온 양들이 시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에서 양떼 목장을 운영하는 변우선(47)씨가 직원들과 함께 도심으로 데리고 온 양들이다. 변씨는 올해 초부터 양 다섯 마리를 이끌고 정기적으로 도심 나들이에 나서고 있다. 주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나들이를 갈 장소와 시간을 공지한다. 이날도 연세대에 방문한다는 글을 미리 올렸는데, 이 글을 보고 100명 넘는 학생들이 학생회관 앞에 모였다. 연세대 측은 양들의 방문 소식을 듣고 목장 측에 연락해 학교 홍보 캠페인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목장과 학교 측은 연세대 로고가 그려진 수건을 양들에게 씌우고, 학생들이 먹이를 주고 산책도 시켜볼 수 있도록 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학생들이 양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곽주영 기자
연세대 재학생인 이송정(22)씨는 “SNS에서 양이 온다는 소식에 보고 집에서 당근을 직접 썰어서 왔다”며 “친구들을 나눠주느라 벌써 당근이 다 동났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통에 당근을 담아온 유민서(22)씨도 “양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학교에서 양을 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져봐도 된다”는 목장 직원의 말에 학생들은 태어난 지 수개월 밖에 안된 어린 양들을 직접 만져보거나 안아봤다. 목줄을 찬 양들은 자유롭게 교내 잔디나 화단 속 풀을 뜯어 먹기도 했다. 수십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양들이 머문 약 2시간 동안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고, 양들이 움직일 때마다 학생들도 우르르 따라 움직였다.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한 학생이 양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곽주영 기자
변씨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힐링을 선사하고 싶어 ‘도심 양 나들이’를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았는데 목장에 매주 와 양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상태가 많이 호전된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작은 이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매주 도심 곳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양들은 앞서 홍대·명동·청계천 등을 방문했다. SNS에 올라온 양들의 도심 산책 영상은 조회수 250만회를 돌파했고, “우리 학교에도 와달라” “우리 동네에서도 산책해달라” 등의 댓글이 400개 이상 달리기도 했다. 변씨는 “연락이 너무 많이 와 다 읽을 수가 없을 정도”라고 웃어 보였다.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양떼 목장 주인이 학생들을 향해 아기 양을 들어 올렸다. 곽주영 기자
다만 일각에선 반려동물이 아니라 가축으로 구분되는 양을 도심에서 산책시켜도 되는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축산법상 양은 가축으로 분류된다. 양들의 이동 과정에서 방역 조치가 미흡할 경우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변씨는 “양들은 분기별로 예방접종을 맞고 목장 소독도 진행하며, 매일 10시간에 걸쳐 양들을 목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관계자도 “사전에 양들의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학교 측과 협의해 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학생들이 양을 기다리고 있다. 곽주영 기자
실제 이날 양들은 연세대를 방문 후 이화여대로도 이동했지만, 이화여대 캠퍼스 안까지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화여대는 규정상 동물 출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양을 보려고 기다리던 100여명의 학생들이 정문 밖 4차선 도로 앞에 몰려들었다. 이후 좁은 구역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며 경찰이 교통통제를 위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고, 결국 양들은 15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 양이 나타났지만 안전 문제상 15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곽주영 기자
이화여대에 재학중인 중국인 유학생 여정(21)씨는 “사람들이 몰려 있어 연예인이 온 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양이었다”며 “양이 와서 신기했는데 빨리 떠나서 아쉽다”고 말했다. 변씨는 “도심 나들이는 매번 정신 없지만, 또 많은 에너지를 받고 간다”며 “다음 주엔 여의도 벚꽃 축제 방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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