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처분 급증에 곤혹스런 남부지법…“정치 사안, 법원에 맡기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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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초를 겪고 있다. 공천배제(컷오프)·제명 등 정당 결정에 불복하는 정치인들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이어지는 데다가, 관련 사건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까지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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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30일 오후 8시 7분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소재 음식점에서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함께 식사한 청년들에게 일일이 현금을 건네고 있다. 김 지사는 "식사 후 대리기사 비용 명목으로 총 68만원을 건넨 사실이 있다"면서 "지급 직후 부적절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곧바로 회수 지시를 내렸고, 이튿날 전액을 돌려받았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남부지법은 7일 오후 3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전북지사가 낸 가처분 사건의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 도내 한 식당에서 현직 시·군의원 등 약 20명에게 대리 운전비 명목의 현금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지난 1일 제명됐다.

남부지법은 지난 3일엔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에 반발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주 의원은 조만간 법원에 항고를 제기할 방침이다. 반면 남부지법은 지난달 31일엔 김영환 충북지사가 주 의원과 동일한 이유로 낸 가처분 사건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선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 남부지법 재판장이 공천관리위원장 겸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장동혁 대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남부지법이 정치권 관련 사건을 주로 맡는 건 업무 관할 상 불가피하다. 국회뿐 아니라 민주당·국민의힘 등 주요 정당의 사무처도 여의도에 위치해 남부지법의 관할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 년 전부터 정치권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남부지법 수석부인 민사합의51부(부장 권성수)에 몰리고 있다. 민사와 관련된 가처분 사건을 담당하는 합의 재판부는 51·52부가 있지만, 남부지법은 52부를 그간 예비재판부 성격으로 운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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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대구시장 경선 공천 배제(컷오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는 19년 전인 2007년 9월 3일, 당시 민주당이 대통합민주신당을 상대로 낸 유사 당명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동안 ‘민주신당’이라는 약칭 당명을 사용할 수 없었고, 제작한 간판·표지도 모두 폐기해야 해 일정 기간 혼란이 이어졌다. 민사합의51부는 2020년 3월 16일엔 ‘셀프 제명’을 통해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비례대표 의원 8명의 탈당을 무효화 하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합류해 공천을 받은 상태였다. 남부지법 사정을 잘 아는 남부지검 관계자는 “남부지법 판사들이 정치적 사건을 맡는 것을 ‘숙명’처럼 여기곤 한다”고 전했다.

다만 남부지법은 정치적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당원권 정지 1년’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인용 결정을 내렸던 남부지법은 “당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당원에 대한 징계 또한 내부 조직의 구성·운영에 관한 것으로서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등 재량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났을 경우에는 위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남부지법 관계자는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을 처리할 때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외려 그럴 때마다 국민적 오해가 없도록 ‘법’에 따라서만 판단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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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의 모습. 김정재 기자

전문가들은 “정치적 사안은 ‘법’이 아닌 ‘정치’로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여야가 대립하는 사안뿐 아니라 당내의 사안까지 법원으로 끌고 오는 것은 정치의 빈곤이 초래하는 한국 정치의 비극적인 현상”이라며 “타협의 공간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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