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호주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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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앞서가는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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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맥쿼리파크(Macquarie Park)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캠퍼스. [사진 맥쿼리 테크놀로지 그룹]

“과거 호주가 자원을 수출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센터를 수출하게 될 것이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호주 캔버라에서 만난 제이미 모스 맥쿼리 테크놀로지 그룹 산업·정책 총괄은 호주 정부의 데이터센터 유치 전략을 이렇게 소개했다.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것이 과거 자원 수출처럼 호주 경제에 새로운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산업 전략이란 의미다. 맥쿼리 그룹은 정부의 각종 데이터를 관리하는 ‘소버린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으로, 호주의 데이터센터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디지털 창고’에 가까웠던 데이터센터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이자 국가 전략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정부가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호주 연방정부는 지난해 12월 ‘국가 AI 계획’을 발표하고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패스트트랙’ 방식(수년→수개월로 단축)의 대규모 개발 사업 인허가 제도인 국가중요개발(SSD), 발전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맺어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전력직접구매계약제(PPA) 등이 대표적인 지원책으로 꼽힌다. 제이미 모스 총괄은 “호주의 다양한 민간 발전사업자와 직접 PPA를 체결해 장기간 원하는 에너지원으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조달이 가능하다”며 “전력 확보 가능성이 뒷받침돼야 투자 계획이 세워지고, 그래야 실제 건설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사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2024년 호주는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데이터센터 투자를 유치했다. 유치 규모는 67억 달러에 달한다. 호주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아마존은 2029년까지 200억 호주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도 50억 호주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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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인 것은 호주만이 아니다. 인도는 외국 기업에 최대 20년 세금 감면과 데이터센터 경제특구 조성 등 종합 지원책을 내걸었다. 말레이시아는 최대 100% 투자세액공제와 승인 후 12개월 내 전력망 연결 보장을 앞세워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제니 웡 룽 선임분석가는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상업 자산이 아니라 21세기의 국가 전략 자산”이라며 “AI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를 구동하는 데이터센터가 해외에 있다면 데이터 주권과 기술 주권을 온전히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국회도 AI 데이터센터 지원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처 갈등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법안의 핵심은 비수도권에 한해 PPA를 허용하고, AI 데이터센터 확충 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하는 데 있다. AI 데이터센터에만 특례를 부여할 경우 다른 전력 다소비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넘어 액화천연가스(LNG)까지 PPA를 허가해줄지를 두고 부처 간의 이견도 크다. 국회 관계자는 “9일 법안 상정도 기후에너지부의 반대로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주민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한 건설 현장 앞에는 ‘주민 동의 없는 데이터센터 즉각 철회’ 등 팻말을 든 주민 수십 명이 모여들었다. 이곳에 공사 중인 지상 8층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였다. 금천구뿐 아니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경기 시흥시 광석동에 예정된 데이터센터도 주민 반발로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단순 ‘지역 이기주의’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데이터센터 165곳 중 60%(99개)는 수도권에 있다. 민간 데이터센터만 따지면 수도권 비중은 75.3%(93개 중 70개)에 달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데이터센터의 전자파 위험성 등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소음이 큰 문제는 분명히 있다”며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이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 위원은 “미국 일부 지역에도 데이터센터가 너무 많아지면서 주민 반발이 심해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에 비해 데이터센터 유치에 우호적인 비수도권으로 분산하는 지원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병호 고려대 연구교수(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는 “초 단위 연결이 중요한 서비스 관련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두더라도, 그 외 목적의 센터는 비수도권으로 보내는 이원화 전략을 펴야 한다”며 “지방대학과 연계해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고, 전력·통신 인프라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한국은 수도권 집중이 문제인데 데이터센터는 전력, 부지, 인허가, 네트워크가 모두 맞물려 있는 만큼 종합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여성기자협회 주관 ‘딥테크 관련 호주 연구개발(R&D) 및 정책’ 현장 취재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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