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찐사장 기획처 나와”…노란봉투법 ‘아메바 분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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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장 기획예산처는 국가기관 공무직과 직접 교섭하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6일 중앙부처 공무직 3000여 명이 조합원으로 있는 공공연대노동조합이 기획예산처 앞에서 원청교섭 요구 기자회견에 나선다. 각 공무직은 소속 부처가 있지만 공공연대노동조합은 “소속 부처는 껍데기일 뿐”이라며 “실질적인 임금과 근로조건은 각 부처가 아니라 기획처의 예산편성지침과 논의에 따라 철저히 통제되고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예산을 짜는 기획처에 직접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다.
지난달 10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금’은 원·하청 간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첫 사용자성 판단이 나왔지만 갈등은 이제 시작이라는 우려가 현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김경진 기자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4개 공공기관에 대해 용역계약서와 과업내용서 등을 근거로, 이들 기관이 하청노동자들의 안전관리와 인력 배치 등에 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상 실질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다룬 첫 사건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것이다.
비교적 통상적인 계약 문서로 여겨지던 과업내용서까지 노동위원회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들여다본 끝에 원청의 구조적 통제력을 인정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과업내용서는 제목일 뿐이며, 실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됐는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무엇이 실질적 지배력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안마다 노동위원회 등에 일일이 따져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시행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 30일 기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은 267건에 달한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기업과 노조 모두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노동부 지침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해 결국 노동위원회 신청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법원의 사용자성 판단은 수년에 걸쳐 이뤄지는데 이를 노동위원회가 불과 20일 만에 내리다 보니 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낮아 불복도 많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용자성 인정 자체는 분쟁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선에 불과하다. 사용자성 판단을 시작으로 임금과 같은 교섭 의제, 교섭단위 분리, 부당노동행위 여부,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범위에 이르기까지 교섭 전 과정에서 갈등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첫 사용자성 판단을 받은 공공연대노조의 교섭 요구안에는 노동 안전뿐 아니라 정기상여금 인상, 일용직의 상시 근로 편성 등 임금·수당과 근로시간 관련 의제도 포함됐다. 이에 대한 별도 판단이 나오지 않은 만큼 향후 교섭 과정에서 분쟁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설령 임금을 주된 교섭 의제로 내세우지 않더라도 부수적으로 임금 인상 요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섭단위 분리 역시 뜨거운 감자다. 실제로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포스코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 사건과 관련해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하다는 이유로 당초 3일로 예정했던 판단을 8일로 한 차례 연기했다. 포스코 원청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인 반면, 하청노조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나뉘어 있다. 민주노총 포스코하청지회는 한국노총 금속노련과 별도로 교섭하겠다며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한 상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사실상 노동부가 상급단체만 달라도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받아들이게 되면 기업은 연중 내내 개별 교섭에 끌려다녀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도 향후 부당노동행위를 어떻게 판단하고 처리할지, 쟁의행위로 이어질 경우 대체근로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등 끝없는 분쟁이 예측된다고 우려한다. 박지순 교수는 “분쟁이 아메바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교섭 단위가 쪼개져 2~3개가 되고, 쪼개진 교섭 단위 안에서 교섭 의제도 개별로 판단해야 하고, 부당노동행위 여부까지 다투어야 하니 사실상 끝없는 분쟁이 예고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상민 변호사는 “노동부는 노동위 판단 이후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원청이 사용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확정되기 전인데도 선제적으로 사법 처리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향후 노란봉투법에 따른 하청의 쟁의행위가 본격화되면 ‘대체근로의 허용 범위’도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했을 뿐, 제43조의 대체근로 금지 규정 자체는 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체근로는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데 노란봉투법의 확장 개념에 따르면 대다수 하청이 모두 ‘관계있는 자’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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