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자 중에 수능만점이 4명…그래서 만점택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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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교직 생활을 마치고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최재일 전 광남고 교장. 장진영 기자

“운 좋게 수능 만점자 4명 배출한 학교 교장을 지냈습니다. 택시 손님들께도 그런 ‘행복 만점’, ‘인생 만점’의 기운을 나누고 싶어요.”

38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최재일 전 광남고(서울 광진구) 교장의 말이다. 지난 2월 정년 퇴임한 그는 1988년 수학 교사를 시작으로 교감·교장, 교육지원청 국장 등을 역임했다. 각종 교육 업체들로부터 재취업 제안도 받았지만, 그는 택시를 택했다. 최 전 교장은 “학교와 비슷한 생활 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직업으론 택시 기사가 최고라고 생각했다”며 “2년 전 택시 면허를 땄고 작년 개인택시 면허 교육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택시기사로 변신한 그의 일과는 교장 시절처럼 오전 5시에 시작된다. 운동·식사를 마치고 오전 6시면 운전대를 잡고 서울을 누빈다. 오후 4시쯤 집에 돌아와 텃밭을 가꾸거나 지인들을 만난다.

최 전 교장은 자신의 택시에 ‘만점택시’란 이름을 붙였다. 광남고 교장 때 두 해 연속(2025·26학년도) 수능 만점자가 나왔고, 교감으로 근무할 때도 2명의 만점자가 있었다. 특히 2025학년도 만점자는 그해 전국에서 유일한 일반고 출신으로, 교육계에선 ‘일반고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한 달 새 가장 기억남는 승객으론 등교하던 고3 학생을 꼽았다. 최 전 교장은 “만점택시를 설명하면서 응원하니 ‘큰 힘이 됐다’고 해 뿌듯했다”며 “수능 당일엔 수험생들을 시험장까지 태워주는 봉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광남고는 지난해 7명, 올해 9명이 서울대에 진학하는 등 ‘비강남 일반고’ 중 남다른 입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 전 교장은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강조했다. “학원, 과외를 통한 기계적인 문제풀이보다 스스로 탐구하고 공부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교장 시절 그는 학생들이 학교에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급식실을 만들어 저녁 식사까지 제공하고 260석 규모 자율학습실을 꾸려 자정까지 운영했다. 이를 위해 수차례 구청장·시의원들을 찾아가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교장은 교육자에 머물 수 없다. 비즈니스맨이 돼야 한다”며 “학교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를 상대로 설득하고 영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길 위에서 새로운 세상 공부를 하고 있다는 최 전 교장은 “이제 시민들을 각자 소중한 일상의 목적지로 모시는 안내자가 됐다”며 “만점택시에 탄 모든 분이 만점의 기운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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