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신병’을 확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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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하다’는 확실하게 가진다는 뜻이다. “식량을 확보하다.” “물증을 확보하다.” “경쟁력을 확보하다.” “인재를 확보하다.” ‘확보하다’의 대상은 이처럼 구체적인 물건이기도 하고 추상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긍정적이거나 가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즉,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목적어로 온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신병(身柄)’을 찾으면 “보호나 구금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몸”이다. ‘확보하다’의 일반적인 쓰임새에 비춰 보면 ‘신병’이 ‘확보하다’의 목적어가 되는 건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신병을 확보하다”는 자리를 잡았다. ‘보호하거나 구금해야 할 사람을 붙잡아 두다’라는 정도의 의미로 쓰인다.
“신병을 확보하다”의 ‘신병’은 일본에서 왔다. 일본어 ‘미가라(身柄)’를 우리 한자음으로 읽었다. “신병을 확보하다”는 표현 전체가 일본어의 영향이다. ‘신병’ 대신 우리말인 ‘몸체’ ‘신분’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일본어 잔재라는 지탄과 함께 우리말로 다듬으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신병’은 살아남았다. 다른 말로 대체하기 어려운 의미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신병’엔 사람의 신체뿐 아니라 위치, 구금·통제 상태 등 복합적인 의미가 뭉뚱그려져 있었다. “범인을 붙잡았다”고 하면 단순히 잡는 행위만 뜻하지만, “범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하면 법적인 통제 상태도 의미하게 된다. 그렇다고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다”를 습관적으로 “경찰이 범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쓸 일은 아니다. “범인의 신병을 인도했다”는 “범인을 넘겨줬다”고 하는 게 훨씬 간결하고 의미가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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