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99화.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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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부족해, 더 아껴야 해” 정말 그럴까요
한 마을의 원형 극장 폐허에 모모라는 소녀가 살았어요. 모모가 언제 이 마을을 찾아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아는 것은 모모가 있으면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거죠. 틈만 나면 아이들은 모모 곁에 모여서 여러 가지 놀이를 즐깁니다. 장난감도, 인형도 필요하지 않죠. 모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무것도 없는 공터가 모험가의 배가 되고, 아름다운 요정의 궁전이 되며, 마왕의 성이 되기도 했습니다. 모모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아이였지만, 무엇보다도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어요. 그 누구나 모모 앞에 가면 말을 하게 되며 어느새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죠. 어느새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모모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모모』는 미래의 성공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설의 인기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기묘한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회색 양복에 회색 모자, 그리고 똑같은 회색 가방을 든 사람들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죠. “저는 시간 은행에서 나왔습니다.” 그들은 말했어요. “여러분은 지금 시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시간 은행 직원들은 이렇게 말하며,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설명했죠. “손님과 수다를 떠드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런 말을 들은 식당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더는 손님과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되었어요. 오직 음식을 만들어 나르며 돈 받는 일만 생각하게 되었죠.
“옆집 할머니를 도와드리는 건 낭비 아닌가요?” 그 말을 들은 아저씨는 더는 옆집 할머니를 찾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도 이웃과 대화를 나누지 않고 오직 자기 일에만 열중하게 됐죠. “이렇게 절약한 시간은 우리 시간 은행에 저축됩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오직 시간을 아낀다는 것에만 열중하면서, 어느새 모모가 머무는 광장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모모의 친구였던 아이들은 물론 모모를 만나면 영감이 떠오른다던 시인도 찾아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모모를 아끼던 청소부 아저씨도 나타나지 않았죠.
궁금해진 모모는 사람들을 찾아갔어요. 거대해진 식당에는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죠. 모모가 식당으로 들어가려 하자 누군가가 말합니다. “제대로 줄을 서야지.” 단지 주인을 만나려 줄 서는 게 이상했지만, 어쩔 수 없죠. 한참을 줄 서서 식당 주인을 만납니다. 주인 아저씨는 모모를 보고 반가워했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죠. 모모 뒤에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음식을 빨리 달라’고 했거든요. 몇 번이나 다시 줄을 섰지만, 모모는 식당 주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만났지만, 역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어요. 탁아소의 시간표에 맞추어 ‘유용한 것’만 계속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시인을 만났죠. 시인은 모모를 만난 걸 기뻐했지만, 역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어요. 너무도 유명해진 나머지 전국을 돌며 공연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기묘하게 변해버린 마을. 사람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며 열중하지만, 어째서인지 자기가 쓸 시간은 더 줄어들어 버렸죠. 작은 모모와 이야기를 나눌 짧은 시간마저 그들에게는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대체 이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모모』는 미래의 성공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기묘한 이야기는 미하엘 엔데의 작품, 『모모』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평범했던 마을에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기묘하게 변해가죠. 수다를 줄이고 쓸모없는 것을 버리며 남을 돕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오직 일에만 전념하게 되죠. 그렇게 모은 시간은 언젠가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시간을 아낄수록,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더욱 부족해지죠. 식당은 커졌고, 시인은 유명해졌으며, 아이들은 ‘유용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모두가 같은 말만 해요. ‘시간이 부족해. 더 아껴야 해.’ 시간 도둑은 말합니다. ‘절약한 시간에 이자를 더해서 돌려주겠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하죠.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왠지 모르게 시간이 부족하다는 감각뿐.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왜 시간을 절약하는지도 모르고 아등바등 살아가죠.
모모가 그 일을 멈춘 뒤에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식당은 여전히 바쁘고, 사람들은 여전히 일을 합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돌아오죠. 시간의 양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람들이 느끼는 시간이 달라졌을 뿐. 『모모』가 나온 지 5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 문득 생각해 봅니다. 지금 우리가 아끼고 있는 것은 정말로 시간일까요.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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