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느님 선하시다” 실종 미군 첫 신호, 이란의 덫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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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 AP=연합뉴스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한 미군 전투기 장교 구출 작전의 전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남서부 영공에서 작전 중 이란군 대공 사격에 격추된 미군 전투기 F-15E의 후방석에 있던 무장통제사(Weapons System Officer, WSO)는 비상 탈출 후 이란의 험준한 산악 지대에 고립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군이 견착식 미사일을 사용해 미 공군 전투기 F-15E라는 대어를 낚았다면서 “그들(이란군)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란군, 견착식 미사일로 미 전투기 격추”
호신용 권총 한 자루와 함께 홀로 남겨진 이 장교가 구조 신호를 미군에 보냈을 때 미군 지휘부가 처음에는 이란군에 포로로 잡혀 있을 가능성을 의심했으며 의도적으로 가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판단했다는 뒷얘기도 공개됐다. 전투기가 격추 등으로 비상 사출될 때 조종사들 좌석 아래 장착된 ‘생존 키트’가 함께 분리돼 낙하산과 함께 하강하게 돼 있다. 생존 키트에는 ‘비콘’이라 불리는 무선 위치 표지기와 아군과의 교신을 위한 보안 무전기가 들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장통제사 장교가 전투기 비상 탈출 이후 무전으로 ‘하느님께 영광을(Power be to God)’이라는 짤막하고 특이한 메시지를 미군에 보냈다”며 “군 당국은 이란 측이 미군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허위 신호를 보낸 것으로 판단했다”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무전 메시지가 마치 무슬림이 할 법한 말처럼 들렸다고 한다. 이란군이 해당 장교를 생포해 놓고 미군 구조부대를 유인하기 위해 보낸 가짜 신호일 수 있다고 봤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대(對)이란 전쟁과 관련된 대국민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종 미군 무전에 최초 허위신호로 판단
악시오스가 미 국방부(전쟁부) 당국자를 통해 파악한 결과 해당 장교가 보낸 정확한 무전 메시지는 ‘하느님은 선하시다(God is good)’였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별다른 설명 없이 올린 글도 “하느님은 선하시다”였다. 이 장교의 무전 메시지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 지휘부의 생각이 바뀐 결정적 계기는 이 장교가 독실한 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였다고 한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처음에는 상황이 완전히 명확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관련 정보를 토대로 그가 생존해 있고 (이란군에) 억류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그를 아는 이들이 그가 신앙심이 깊은 인물이라고 말해 줬다”고 전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군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 비행 갑판에서 제213공격전투비행대 소속 F/A-18F 슈퍼호넷 전투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당 장교 ‘독실한 신자’ 확인 후 구출작전
이후 실종 장교가 이란군에 생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한 미군 지휘부는 미 해군 최정예 네이비실 팀6 대원 등 특수작전부대 약 200명과 수십 대의 군용기, 우주·사이버 정보 자산 등을 동원한 대규모 구출 작전에 나섰다.
3일 격추된 F-15E 전투기 전방석에 있다 비상탈출한 뒤 몇 시간 만에 먼저 구조된 조종사는 당일 낮 시간대에 구출 작전이 이뤄졌다. 반면 하루 뒤인 4일 무장통제사 구출 작전은 이란 적진에 임시 기지를 먼저 구축한 이후 밤 시간대에 진행됐다. 조종사와 무장통제사가 발견된 지점은 불과 수 마일 떨어진 거리였으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병사 수백 명이 미군보다 먼저 이들을 생포하기 위해 사방에 포진해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남서부 영공에서 작전 중 이란군에 격추된 미군 F-15E 전투기 잔해. 로이터=연합뉴스
미군이 실종 장교와 접선하는 과정에서는 MQ-9 리퍼 드론과 전투기가 나서 이란군에 맹폭을 가해 접근을 차단했고, 신병 확보 단계에서 이란군과 맹렬한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해당 장교는 약 36시간의 치열한 사투 끝에 특수부대원들과 함께 이란 영공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스라엘군 약간 도움…우리는 형제 관계”
트럼프 대통령은 전투기 조종사·무장통제사 두 명의 구조 과정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미군에 약간의 도움을 줬다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이스라엘군 측이 제공한 것은 무장통제사 장교 위치 정보는 아니었으며, 현지 전반적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미군과 무장통제사 장교의 접선 지역에 이란군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습을 한 차례 실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스라엘군)은 훌륭한 파트너였다”며 “우리는 형, 동생과 같은 관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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