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정원 “주애 후계자로 보고 있다…군 관련 행보는 후계 서사 구축 의도”

본문

btabfe64f1a2be3599605d795aa1f209e7.jpg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임현동 기자

국정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를 후계자로 보고 있다는 정보 판단을 내렸다. ‘백두혈통 4대 세습’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6일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주애를 후계자로 보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후계자로 봐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단순히 정황 판단이 아니고 신빙성 있는 첩보를 바탕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게 이전 국정원 보고와 상당히 달라진 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2월 정보위 보고에서 9차 당대회를 계기로 북한의 후계 구도 시사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그 결과가 주애를 후계자로 본다는 결론인 셈이다. 특히 신빙성 있는 첩보를 바탕으로 했다는 설명은 북한 매체 등을 통해 드러나는 보도 정도가 아니라 정통한 루트로 파악한 별도의 정보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bt0427dfd606ae389999e669ed48fd7447.jpg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지난 19일 평양 제60훈련기지에서 열린 보병·탱크(전차) 협동공격전술연습에서 신형 전차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국정원은 주애의 군사 관련 공개 행보에 대해 “후계자 시절 김정은을 오마주한 형태의 (주애의) 탱크 조종 모습 연출을 통해 군사적 비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는 주애가 지난달 19일 평양 제60훈련기지에서 열린 협동공격전술 연습에 동행해 김정은과 주요 군 간부들이 탑승한 신형 전차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준비된 ‘미래 지도자’라는 옵틱(시각)을 통해 여성 후계자에 대한 의구심을 희석하고, 후계 서사 구축을 가속하려는 포석”으로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의원도 “후계자 준비 과정이 아닌 ‘후계자로서 위상을 확보’라는 표현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그간 주애 중심의 후계구도 확립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위상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김여정은 실질적인 권력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는 게 (이번 9차 당대회 관련) 인사를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보고했다. 김여정이 이번 9차 당대회에서 “당 정치국에 재진입했고 당 총무부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김정은의 복심’으로 지시 이행을 점검하고 대외 스피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주애가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대한 김여정의 저항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김여정은 최근 주애가 등장하는 사진에서 뒤로 물러나 지켜보는 모습이 눈에 띄곤 했다.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가 그랬듯, 김여정이 주애의 후견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 의원과 이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정은의 위상에 많은 변화가 있다”며 “정보와 행정 시스템 정비 추진 등을 통해 정상 국가로 가는 것을 의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 의원은 “특히 ‘만수대의사당’을 ‘평양의사당’으로 개칭한다든지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부각되지 않는 등 선대의 색채를 희석하려는 시도가 관찰된 것이 특징”이라며 “국무위원장 재추대 과정을 통해 김정은은 ‘김정은의 위대함은 제1국력’이라고 하면서 김정은 지도력 선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bt794747f5b5cea84e9c8992c2ced3cefe.jpg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에서 새로 임명된 내각 성원ㆍ제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을 평양의사당에서 만나 축하ㆍ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어 이 의원은 북한이 이번 9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9기1차)에서 공안 기구인 보위성을 국가정보국으로 개칭하고 헌법 명칭에서도 사회주의를 삭제한 점, 경찰제 도입을 예고한 점을 언급하면서 “이런 일련의 행위가 국가 정상화로 가는 목표로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게 국정원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최근 9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공개한 주요 인사와 관련해선 “원로 세대가 퇴진하며 당 조직 지도부 출신의 친위세력을 전면에 배치하고 전문 관료를 발탁해 김정은의 정책 장악력을 제고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최측근인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대해서는 “김정은의 정책 구상을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의회 차원의 외교 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또 대남통인 장금철 전 통일전선부장에 대해서는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장으로 보임돼 대남 업무를 담당하는데 이는 대남사업 중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bt276db0c6e9528c407a8e4b2be2a2fb9c.jpg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9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 의원은 또 “국정원에서 입수한 2024년 6월 개정 노동당 규약에서는 공화국 북반구 사회주의 건설, 통일 전선 등의 문구가 삭제됐다”며 “두 국가 기조가 다른 법·제도 부분에서 상당히 반영됐다”고 확인했다. 북한은 그간 지속적으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했는데, 해당 기조가 문서화한 게 확인된 건 처음이다.

북한이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될 수 있는 탄소섬유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 박 의원은 “탄소섬유를 씀으로써 (동체가) 가벼워진 만큼 더 멀리 미사일을 보낼 수 있는 추력을 활용해 다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기술 진보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미국-이란 전쟁과 관련한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북한은 현재까지 이란에 무기·물자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알리 하메네이가 죽었을 때 조전을 보내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북한이 전통적으로 관계가 매우 깊은 이란에 대해 무기·물자를 지원할 것인가 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매우 중점적인 감시 포인트”라면서 “그러나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됐을 때 축전을 보내지 않는 등 이란과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에서 오히려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bt6a009b808c0218d7758856f99334c5cc.jpg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회를 알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해 자주 성명 입장을 밝히는 데 반해 북한 외무성은 단 두 차례 짤막한 입장만 발표했다”며 “그 속에서 이란을 지지하거나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이 없었다는 점이 매우 차별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앞으로 5월에 있을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새로운 외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란 전쟁과 관련한 보고도 있었다. 박 의원은 “현재 미국은 군사 전술적 승리를 항복이라는 정치적인 승리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란은 에너지 공급망을 인질로 버티고 있지만, 파키스탄을 통한 협상의 성과가 없고 핵무기·핵프로그램을 포기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전략적인 고민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미국과 이란의 스몰 딜(호르무즈 개방과 이란 동결 자금 해제), 대량의 군사적인 충돌 재격화, 불확실한 현상 유지,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데 앞으로 3~4일간 미국의 집중적인 공습 결과를 보면서 4월 말을 기점으로 소강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t68812219eaba47272ea782fedc6ab38f.jpg

북한 특수공작원 이호남(본명 이철·별칭 이명운)이 2018년 12월 중국 단둥 모처에서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관계자들과 식사를 하는 모습. 독자 제공

한편, 국정원은 이날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북한 대남 공작원 이호남이 2019년 7월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으로부터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받은 장소로 공소사실에 나온 ‘필리핀 아태 평화·번영 국제대회’에 불참한 것을 확인했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박 의원은 “‘이호남이 필리핀에서 열린 아태평화대회에 참석 안 한 게 확실하냐’라는 민주당 의원의 질문이 있었고, 이에 대해 ‘이호남이 (당시) 필리핀에 없었다’라는 점에 대한 국정원장의 확인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도 이날 언론에 배포한 공지문을 통해 “지난 3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기관 보고에서 밝혔듯 2025년 특별감사 등에서 그동안 검찰이나 법원에 제출되지 않았던 ‘2019년 7월 당시 이호남의 필리핀 부재’를 입증하는 내부 자료를 확인한 바 있다”고 밝혔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7,09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