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9번 타자’로 위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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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민, 최정원, 황성빈(왼쪽부터).

그냥 쉬어가는 타선이 아니다. ‘공포의 9번 타자’들이 투수들을 괴롭힌다.

야구에서 9번 타순에는 대체로 공격력이 가장 약한 타자를 배치한다. 타격 기회가 가장 적기 때문이다. 지난해 KBO리그에선 1번 타자가 경기당 4.75회, 9번 타자가 3.87회 타석에 섰다. 경기 당 한 번 가까이 차이가 났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서 지명타자(투수 대신 타격을 하는 타자) 제도가 없던 시절 투수를 9번 타자로 세운 것도 그래서다. 보통 타격보다 수비가 중요한 유격수 또는 포수, 중견수 등이 9번을 맡는다.

그러나 올 시즌은 9번 타자들의 방망이가 예사롭지 않다. 선발 타순별 타율을 보면 9번 타순(0.286·6일 현재)이 2번(0.307), 3번(0.304), 5번(0.299) 다음으로 높다. OPS(장타율+출루율)도 0.759로 다섯 번째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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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진급 선수들이 9번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올해 입단한 KT 유격수 이강민(19)이 대표적이다. 이강민은 타율 0.345, 출루율 0.379를 기록 중이다. 수비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주전으로 발탁됐지만 타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벌써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NC 다이노스 최정원(26)은 팀 내 중견수 경쟁에서 승리했다.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빠른 발과 믿음직한 수비로 주전 자리를 꿰찼는데, 방망이도 불을 뿜고 있다. 최정원은 박민우에 이은 팀 타율 2위(0.368)다. 지난 시즌 도루 4위(30개)였던 최정원은 출전 기회가 늘면서 도루왕 레이스에서도 공동 1위(4개)에 올랐다.

한화 이글스는 유격수 심우준이 ‘미친 타격감’을 뽐냈다. 심우준은 개막 후 6경기에서 타율 0.300을 기록했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이 6개(2021년)인데 벌써 두 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고, 2루타도 2개 쳤다. FA(프리에이전트) 이적 후 첫 시즌인 지난해 타율 0.231, OPS 0.587에 그쳤던 부진을 씻어냈다. 심우준이 내전근 부상으로 빠진 최근 두 경기에선 백업 유격수 이도윤이 펄펄 날았다. 4일 잠실 두산전에선 3타수 1안타 2볼넷, 5일 경기에선 3타수 3안타로 두 경기 연속 3출루에 성공했다.

‘9번 체질’인 선수들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전민재는 8번 타순에선 타율 0.083(12타수 1안타)에 그쳤다. 그런데 9번에선 0.400(10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전민재는 지난해에도 9번(타율 0.395)에서 8번(0.286)일 때보다 훨씬 잘 쳤다. 발이 빨라 테이블세터로 자주 기용되던 황성빈도 올해 9번에 자주 배치되고 있다. 9번 타자로 거둔 성적은 10타수 4안타다. 3-4로 지긴 했지만, 5일 인천 SSG전은 3회(2점)와 4회(1점) 황성빈의 안타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9번을 전략적으로 쓰는 팀도 있다. 삼성 라이온즈다. 박진만 감독은 개막 2연전에선 김지찬을 9번에 뒀다. 발 빠르고 컨택트 능력이 뛰어난 김성윤과 나란히 배치하는 대신 9번과 2번으로 띄워놓아 주력을 활용할 여지를 두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번에 배치했던 이재현과 김영웅이 저조하자 김지찬을 톱타자로 끌어올렸다. 대신 수비 체력 부담이 큰 이재현과 포수들을 9번으로 돌렸다. 특히 강민호는 4일 수원 KT전에서 17년 만에 9번으로 간 뒤 부담을 내려놓고 4타수 3안타를 때려냈다. 9번 타순의 장타율과 출루율이 모두 4할을 넘는 팀은 한화와 삼성뿐이다.

KIA 역시 삼성과 비슷하다. 출루율이 높은 타자를 8번이 아닌 9번에 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 9번이 살아나가면 1, 2번으로 이어지는 타순에서 득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KIA는 아시아쿼터인 제리드 데일을 7번 또는 9번에 둔다. 데일은 올 시즌 출전한 7경기 모두 안타를 치며 타율 0.333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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