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콜라' 돈대고 '가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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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로맨스 스캠' 사기를 벌인 부부가 울산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발 100억원대 로맨스 스캠(연애빙자 사기)에 가담한 한국인 부부의 범행 전모가 재판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울산지법은 범죄단체조직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30대 강모·안모 씨 부부의 첫 공판기일이 오는 28일로 정해졌다고 7일 밝혔다.

인터폴 적색수배(Red Notice)를 받던 강씨 부부는 지난 1월 국내로 송환된 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100여명에 달한다. 캄보디아발 로맨스 스캠 범죄 가운데 최대 규모로 꼽힌다.

강씨 부부는 캄보디아에서 어떤 방식으로 범죄 조직에 가담해 운영했을까. 검찰 공소장과 수사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사건의 출발은 2023년 12월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리핀에서 아내와 머물고 있던 강씨에게 한 지인이 연락했다. "캄보디아에 가면 매월 700만원씩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강씨는 캄보디아로 갔다. 한국인 김모 씨가 캄보디아 보레이에 마련한 로맨스 스캠 범죄 조직에 합류했다. 그가 금융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것을 알게 된 조직은 강씨에게 투자 관련 전문가 행세를 하게 했다. '김태성 교수'라는 가짜 교수 이름으로 투자 전문가인 것처럼 피해자들을 상대로 투자 정보를 알려주는 강의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게 했다.

이렇게 사기 조직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2024년 4월쯤 아내 안씨도 캄보디아 조직에 합류해 피해자들과 전화 통화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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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국 국적 캄보디아 스캠 조직 피의자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강제 송환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그해 9월 강씨는 '콜라'로 불린 한 중국인과 인연을 맺게 됐다. 콜라는 "우리 같이 로맨스 스캠을 하자"고 했다. 그러곤 강씨에게 1만3000달러를 투자했다. 사무실은 캄보디아 보레이가 아닌 태국 국경과 인접한 캄보디아 반떼민째이에 차리기로 했다.

강씨는 두 달여 간 새 로맨스 스캠 조직을 꾸리기 시작했다. 아내 안씨도 함께 했다. 이렇게 만든 조직은 범죄단체라기보다 '회사'에 가까웠다.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하고, 책상과 컴퓨터, 휴대전화를 갖췄다. '알레루스 디파이'라는 가짜 투자 회사를 세우고 홈페이지까지 구축했다.

이후 텔레그램과 구인 사이트 등을 통해 '해외에서 코인 관련 고수익 일을 할 수 있다'는 광고로 조직원을 모집했다. 항공권과 숙소 제공, 여행까지 곁들인다는 달콤한 제안에 속은 한국인들은 사기 범죄의 일부가 됐다. 강씨 부부는 앞서 일한 조직에서 익힌 범행 방법을 매뉴얼로 만들어 조직원 교육에 나섰다.

조직은 분업화돼 있었다. 범행 전체 총괄('콜라'), 채터를 관리하는 한국인(강씨), 중국인 상사와 한국인 사이 통역 및 범죄수익금을 관리하는 관리책('라쿤'), 조직원 모집책(한국인 차실장), 채터(채팅하는 업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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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과 채팅 중인 상황을 경찰이 증거물로 수집한 것. 사진 울산경찰청

공소장에 따르면 강씨는 채터들을 관리하며 직접 투자 전문가 역할도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여성 채터' 역할을 했다. 역할은 나뉘었지만, 목적은 같았다. 신뢰를 쌓은 뒤 투자를 유도해 금전을 편취하는 방식이었다.

조직원들은 서로 가명으로 불렀다. 강씨는 '우빈', 안씨는 '리나', 조직원들은 유명 연예인 이름을 각각 사용하는 식이다. 만일 수사당국에 붙잡히더라도 서로의 본명을 몰라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울산지역 한 수사관은 "스캠 조직은 진술 교육까지 하는 것으로 파악했는데, '잡히면 강압에 의한 범행, 취업 사기였다'고 하라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근무시간도 있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내도록 했고 근무실적이 좋지 않으면 외출이나 휴가를 제한했다.

이들이 노린 것은 '관계 형성'이었다. 인스타그램, 채팅앱 등을 통해 무작위로 한국인에게 접근해 이성인 것처럼 매일 대화를 이어가며 친밀감을 쌓았다. 딥페이크(AI 이미지 합성)로 만든 얼굴, 치밀하게 설정된 MBTI(성격유형 지표)와 직업, 가족사까지 더해 '완벽한 가짜 연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투자 공부를 함께 하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유튜브 강의와 가짜 투자 앱으로 유도됐다. 댓글에는 공범들이 '수익이 났다'는 후기를 남기며 신뢰를 쌓았다. 결국 피해자들은 테더(USDT) 같은 가상화폐를 구매해 전송했고, 그 순간 관계는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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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과 채팅 중인 상황을 경찰이 증거물로 수집한 것. 사진 울산경찰청

이렇게 강씨 부부는 두 개의 스캠 조직에서 활동하며 100억원대 사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금전적 손실은 물론 심리적 피해까지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피해자들의 신고와 제보로 지난해 2월 캄보디아에서 체포돼 프놈펜 구금시설에 수감됐다. 하지만 외교적 문제로 송환까지 1년 가까이 걸렸다. 그 사이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에서 한국대사관을 찾아 여권 재발급을 시도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당시 울산지역 한 경찰관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강씨는 "범죄조직 직원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여러 번 받았지만, 범죄인 줄 알아서 가지 않았다. 선교 활동하는 아버지를 따라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23일 오전 9시 10분 인천국제공항.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강씨 부부가 손에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이끌려 모습을 드러냈다. 캄보디아 등 국가 범죄 대응을 위해 구성된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고, 강씨 부부도 이를 통해 송환됐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83명을 입건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를 명확히 규명해 엄정 처리하는 한편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환수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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