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계 의사들 ‘임상교과서’ NEJM에 세번째…판막질환 난제 푼 한국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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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6일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증상이 없더라도, 조기에 수술하는게 환자를 살리는 길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강덕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낸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 연구결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강 교수는 지난달 25일 이 질환의 조기 수술 효과를 10년 이상 장기추적한 논문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했다. 세계 의사들이 보는 ‘임상교과서’로 불리는 의학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로, 강 교수가 이 곳에 논문을 실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대동맥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질환이다. 호흡곤란, 흉통이 주요 증상이다. 강 교수는 “환자 3명 중 1명은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증상이 없어도 심장 상태는 계속 나빠지고, 1년에 1% 가량이 급사한다는 점이다. 손상된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법이 있지만, 기존 치료 원칙은 ‘무증상이면 경과를 보고, 증상이 생기면 수술한다’는 쪽이었다. 무증상 환자에게 수술을 했다가 합병증이 생기면 더 나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어서였다. 임상 연구가 별로 없다보니 수술 시점을 두고 의학계에서 논쟁이 이어져왔다.
강 교수가 이 문제에 매달린 건 2010년부터다. 그는 “경과 관찰만 하며 환자가 나빠지길 기다려선 안된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마침 해외 유수 병원에서 대동맥판막협착증 수술 사망률이 0%라는 보고가 나왔고, 아산병원 수술 결과 역시 비슷한 수준임을 확인했다. 그는 “이 정도까지 심장수술이 발전했구나, 그러면 무증상이더라도 수술을 하는게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강 교수는 2019년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서 조기 수술이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이번에는 그 효과가 10년 뒤에도 이어진다는 점을 입증했다.

강덕현 교수에게 환자 보호자가 ″아빠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며 건넨 피규어. 강 교수는 ″환자의 신뢰가 임상연구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강 교수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에게“수술 받고 잘 관리하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임상 환자분들은 의학계에 기여하는 분들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VIP로 대우해드리는 것뿐”이라며 “한 분 한 분 정성을 다해 진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 참여 환자가 한밤중 응급실을 찾더라도 바로 본인에게 연락이 닿도록 관리했다. 그는 “완벽하게 수술해준 외과 의료진, 환자들의 믿음이 연구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고령화로 판막질환은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강 교수는 “건강한 사람일수록 무증상일 가능성이 높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청진기만 가져다 대도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잡음이 들리면 무조건 심장초음파를 해야 하고, 잡음이 없더라도 60세 이상이면 한 번쯤은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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