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김창민 유족 “가해자 일당, 구타 뒤 방치…골든타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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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창민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씨가 지갑에서 김 감독의 주민등록증과 중증 자폐가 있는 손자의 복지카드를 들여다보고 있다. 손성배 기자
심야 식당에서 집단 구타를 당해 숨진 고(故) 김창민(사망 당시 40세) 감독이 사건 당일 이미 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감독의 유족 측은 사건 초기부터 잘못 꿰어진 수사라며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7일 경기 구리 모처에서 만난 김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72)씨는 “지구대 연락을 받고 응급실에 갔을 때 의사에게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부모가 자식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연명 치료하다 뇌사 판정을 받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씨의 말대로 김 감독에 대한 구급활동을 기록한 119 구급 일지엔 대상자에게 1차 응급 처치 중 수차례 구토 후에 기도 흡인(인공적으로 기도 내 분비물을 제거해 호흡을 돕는 처치)을 실시했고, 이후 의식 저하가 왔다고 쓰여있다고 한다. 119구급대는 사건 당일인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1시25분 경찰의 주취자 폭행 신고 건 공동대응 요청으로 현장에 출동했다. 119구급대는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김 감독은 이때까진 의식이 명료했으나 같은 날 오전 2시1분 구리한양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엔 이미 혼수상태였다고 한다.
고 김창민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씨. 지난해 10월 20일 김 감독은 폭행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같은해 11월 7일 뇌사 판정을 받자 4명에게 장기 기증을 하고 숨졌다. 손성배 기자
아버지 김씨는 “집단 구타를 한 뒤 상태가 좋지 않았던 아들은 가해자 일행이 내버려 두고 가 골든 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며 허망해했다. 또 사건이 발생한 10월 20일은 김 감독의 중증 자폐증이 있는 아들(21)이 주간보호센터 행사로 2박3일 설악산 캠핑을 가기로 예정된 날이라 김 감독 부모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고 한다.
쓰러지자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유족 측은 사건 발생 이후 폐쇄회로(CC)TV를 직접 확보하고 목격자 진술도 받았다. 식당 앞을 비추는 CCTV를 보면 가해자 일행이 바닥에 쓰러진 김 감독을 식당 CCTV와 방범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는 모습이 나온다. 한 목격자는 유족에게 “가해 일행이 ‘경찰한테 전화하냐’며 휴대전화를 뺏었고, 피해자 쪽 일행(김 감독 아들)은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싸는 걸 봤다”고 했다. 유족 측 변호인인 한창환 변호사는 “가격당해 넘어진 고인을 반대편 골목 쪽으로 끌고 가 CCTV 사각지대에서 폭행한 걸로 보인다”며 “이때 CCTV 사각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유족 측 입장”이라고 했다.
고 김창민 감독이 지난해 10월 20일 폭행당한 구리 수택동 식당 앞. 손성배 기자
경기북부경찰청은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 구리경찰서 지역 경찰과 수사를 담당한 형사과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유족 측이 주장하는 사건 당시 가해 일행은 최소 6명이다. 이에 경찰은 최초 중상해 혐의 피의자로 1명만 특정한 이유와 검찰 보완수사 요구에 뒤늦게 피의자를 1명만 더 추가한 이유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당초 지난해 10월 말 김 감독에게 주먹을 휘두른 A씨만 입건해 영장이 기각되자 같은 달 불구속 송치했다. 김 감독이 사망한 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자 B씨를 추가 입건했지만, 지난달 24일 A씨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엿새 만인 같은 달 30일 불구속 송치했다.
정성호 “억울함 한 점 남지 않게 진상 규명”
검찰은 2일 사건을 배당한 뒤 5일 검사 3명, 수사관 5명 등 8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날 소셜미디어에 “고인이 된 피해자와 유족의 억울함이 한 점도 남지 않도록 하겠다”며 “1차 수사에 대한 빈틈없는 보완으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처벌이 뒤따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족들은 사건 발생 6개월이 다 되도록 가해 일행 누구에게도 사과받지 못했다. 사건 초기부터 피의자로 입건된 가해자와 김 감독 부모는 불과 10㎞ 떨어진 곳에 거주한다. 아버지 김씨는“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도 잘못했다고 안 한다”며 “구리 지역구 국회의원이면서 경찰청을 산하에 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엄벌 탄원서를 보냈지만, 여태 아무런 답도 없다”고 했다. 유족은 이 와중에 가해 일행 중 1명이 지난달 19일 ‘양아치’라는 제목의 힙합 노래를 발표했다는 소식에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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