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돕지 않았다” 트럼프 이례적 비난…다카이치 “美는 동맹, 이란은 역사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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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손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7일 “미국과 이란 양쪽 모두에 의견을 전달하겠다”며 중재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다카이치 총리는 이란 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일을 해나가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일본에 대해 “대이란 군사작전을 돕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낸 뒤나온 발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가쓰베 겐지(勝部賢志) 입헌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미국은 동맹국이다. 그리고 이란과도 역사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다”며 “중재역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양쪽 모두에 의견을 전달해 사태의 조기 진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해서는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확보해주기를 기대한다”며 “또한 최근 주변국에 대한 공격이 상당히 격렬했기 때문에 주요 시설이 망가지면 나중에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중동 전체가 큰 고통을 겪게 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6일 미국과 이란 양국 정상과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 국가 중 이란과 신뢰 관계를 가지고 협상할 수 있는 곳은 일본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해 움직여 달라”는 고니시 히로유키(小西洋之) 입헌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일본에 대해 ″돕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전한 마이니치신문 온라인판. 마이니치신문 웹사이트 캡쳐
한편, 일본 주요 언론들은 7일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콕 집어 비판한 것을 주요 소식으로 다뤘다.
마이니치신문은 7일 ‘“도와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이란 문제 둘러싸고 일본 등 비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다”며 “‘북한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5만 명의 미군이 일본에 있다’고도 언급해 일본의 대응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다카이치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다르다”며 일본을 감쌌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이란의 ‘역사적 관계’
일본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 작전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중재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른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로 이란과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하산 로하니 당시 대통령을 만나 중재 활동을 벌였다.

2019년 6월 13일 하메네이와 면담 중인 아베 신조 전 총리. EPA=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는 2023년 나온 회고록에서 “1983년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 晋太郎) 외상의 이란 방문에 동행했는데, 그때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였다”고 인연을 소개한 뒤, 일본과 이란의 ‘우호적 관계’의 배경으로 1950년대 석유 수입을 꼽았다.
아베 전 총리는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 씨의 베스트셀러 『해적으로 불린 남자(海賊とよばれた男)』에도 그려져 있듯이, 일본인들은 전후 이란을 지배하던 영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란에서 원유를 사들여 가난에 허덕이던 현지인들을 도운 셈”이라며 “이란은 일본의 중요한 석유 공급국이다. 두 나라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때 아베 전 총리가 언급한 『해적으로 불린 남자』는 고단샤가 2014년 출판한 소설로 1953년 이른바 ‘닛쇼마루(日章丸) 사건’을 다뤘다. 400만부가 넘게 팔리고 만화와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만화와 영화로도 제작된 『해적으로 불린 남자(海賊とよばれた男)』 넷플릭스 캡쳐
‘닛쇼마루 사건’은 1953년 일본 기업이 비밀리에 이란 석유를 수입했던 일을 가리킨다.
1951년 이란 정부가 석유 국유화를 선언하자. 이전까지 이란의 정유 시설을 사실상 독점했던 영국 측은 해군력을 동원한 해상 봉쇄와 금융 제재로 맞서는 등 격하게 반발했다.
이때 일본 기업 이데미츠코산(出光興産)이 나섰다. 창업자 이데미츠 사조(出光佐三)는 전격적으로 유조선 ‘닛쇼마루’를 보내 영국의 봉쇄망을 뚫고 이란 석유를 수입하는 '도박'을 감행해 성공했다. 전후 부흥을 위해 값싸게 들여올 수 있는 에너지가 절실했던 일본과 석유 판로가 필요했던 이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던 셈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가타야마 사츠키(오른쪽) 재무상과 나란히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이란 당국에 의해 1월 하순 이란에서 체포돼 구금된 NHK의 테헤란 지국장이 보석으로 석방됐다고 교도통신이 7일 보도했다. 그는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돼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주이란 일본대사관이 지난 1월 20일 현지 당국에 의해 붙잡힌 일본인이 현지 시간 6일 보석으로 석방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란 정부를 상대로 NHK 지국장의 석방 및 귀국을 요구해왔다.
이에 앞서 교도통신 등은 6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일본 기업 상선미쓰이 소속 선박 ‘그린 아샤(GREEN ASHA)’가 추가로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일본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나온 것은 지난 3일과 4일 ‘소하르(SOHAR) LNG)’와 ‘그린 산비(GREEN SANVI)’에 이어 세 번째다. 모두 상선미쓰이 선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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