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가장 큰 것부터 친다”…9200만 생명줄 달린 타깃 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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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최후통첩 시간이 다가오면서 이란 전역이 폭풍 전야에 빠졌다. 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미 동부시간 7일 오후 8시) 이후 이뤄질 대규모 인프라 초토화 계획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발전소의 날이자 교량의 날”이라고 묘사했다. 민간인을 인질로 삼는 전쟁범죄라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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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보안군이 경계를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든 다리, 모든 발전소”…부활절에 던진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부활절인 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열지 않으면 “발전소의 날과 교량의 날이 한꺼번에 올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음날 기자회견에선 “이란의 모든 다리가 파괴되고 모든 발전소가 불타고 폭발해 다시는 쓰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엄포로 읽히지 않는 건 선례 때문이다. 지난주 미군은 테헤란 서쪽 카라지시의 B1 교량을 파괴했다. 알자지라는 “이 다리는 곧 개통될 예정이던 신규 고속도로 연결축이었다”며 “이란 당국 발표 기준으로 95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소풍을 즐기던 민간인 8명은 쏟아지는 콘크리트 잔해에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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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이란 카라지에서 한 시민이 미군의 공습으로 무너져 내린 B1 교량의 잔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물류망 마비 시나리오

타깃으로 거론되는 교량은 물류의 핵심이다. 파괴로 이어진다면 이란이라는 국가의 마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최대 7억 달러(약 1조500억원)가 투입돼 건설 중인 페르시아만 대교가 붕괴하면 이란의 국제 남북 운송 회랑과 교량 건설에 대한 중국의 자금 투자가 동시에 끊긴다. 페르시아만 대교가 잇는 케슘섬에는 미사일 무기고가 있다. 미국 입장에선 더할나위 없는 타깃일 수 있다.

또 테헤란 시민들의 통근로인 11㎞ 길이 사드르 복층 고속도로, 산업 단지를 잇는 가디르교가 타격받으면 비상 대피망이 일시에 마비돼 민간 피해가 확실시된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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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교량 파괴는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염호(염분이 높은 물로 채워진 호수) 위에 지어진 1.7㎞ 길이 우르미아호 대교와 댐 바로 위에서 수력 발전을 맡는 카룬 4 아치교가 파괴될 경우다. 거대한 철골 잔해가 하류 지역에 재앙적 대홍수를 초래할 수 있다.

발전소 파괴에 대한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큰 것부터 치겠다”며 발전소 타격 시나리오를 폭격 패키지로 담았다. 이란 전력망의 90% 이상이 화석연료이고, 이 중 86%가 천연가스에 의존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우선 꼽히는 시설은 수도권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파크다슈트의 다마반드 복합화력발전소와 남부 산업 지대의 핵심 아바즈의 라민 발전소다. 전력이 끊기면 병원 가동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식수 정화 시스템도 멈춰 통제 불능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걸프만 연안의 이란 유일 상업 원전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 피해 가능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해당 원전은 이미 공습을 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부셰르 원전은 최근 네 차례 공격을 받았다. 부셰르 추가 타격은 블랙아웃에 그치지 않고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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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한 여성이 버스 정류장 앞을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9200만 생명줄 쥐다…국제사회 “집단 형벌이자 전쟁범죄”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 수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알자지라는 법률 전문가들을 인용해 “민간인들의 생존 기반 시설을 의도적으로 표적 삼는 행위는 전시 국제법상 집단 형벌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정치적 벼랑 끝 전술에 이란 인구 9200만 명의 목숨이 담보로 잡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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