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업이 된 국제입양, 너무 충격적” 노르웨이인 입양모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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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너의 한국 엄마에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입양모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아들 안데르스 현 몰비크 보튼마르크. 사진 푸른숲
어느 날 아들이 ‘어머니께서 갖고 있는 입양 서류를 모두 달라’고 했어요. 제가 파란색 가방을 주자 아들은 물었습니다. ‘이게 정말 다인가요?’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어 책을 썼다. 노르웨이인 입양모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얘기다. 사회학자이자 현재 크리스티아니아대 리더십 및 조직학과 부교수로 일하고 있는 그는 1998년과 2002년, 한국에서 아들과 딸을 입양했다.
『너의 한국 엄마에게』에 실린 아들 안데르스 현 몰비크 보튼마르크의 사진작업물. 사진 안데르스 현 몰비크 보튼마르크
아들은 스무살이 되자 자신의 뿌리를 찾아 나섰다. 사진학과에 재학 중이던 2020년, 정체성을 탐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보튼마르크 교수에게 입양 서류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가 입양 기관에 받은 건 가방 하나뿐이었다.
『너의 한국 엄마에게』 출간 기자간담회
이날을 기점으로 보튼마르크 교수는 자신과 아들의 서사를 살폈다. 그러다 자신이 한국의 산업화된 국제입양 제도에 가담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과정을 담은 책이 7일 출간된 『너의 한국 엄마에게』(푸른숲)다. 앞서 2024년 노르웨이어로로 먼저 출간된 책이다.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튼마르크 교수는 “이 책은 아들의 질문을 연구의 형식으로 해소해가는 ‘사회적 에세이’”라고 소개했다.
책은 둘째를 갖지 못해 힘든 나날을 보냈던 보튼마르크 교수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러다 해외 아동의 입양을 주선하는 한 단체를 통해 아들과 만나는 순간으로 이어진다. 모자 관계에 집중하며 읽던 독자는 둘의 만남에 누락된 질문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생모는 어쩌다 아이를 입양 보내게 되었을까?’

책의 표지는 아들(오른쪽)이 작업한 사진이다. 자신과 친생모, 입양모의 사진을 합성했다. 사진 푸른숲
이 질문은 보튼마르크 모자에게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아이의 사진 몇 장과 출생일, 위탁가정에 맡겨지며 양육환경이 세 번 바뀌었다는 것. 생모에 의해 위탁된 ‘부당경량아(임신 주수에 비해 작게 태어난 아이)’라는 사실. 이 정도가 입양을 결정하기 전 보튼마르크 교수에게 제공된 정보였다.
이날 보튼마르크 교수와 함께 자리한 아들 안데르스 현 몰비크 보튼마르크 역시 “추후 입양기관에 요청해서 받은 입양서류가 아주 미비했고, 친생모와 연락이 닿은 지금까지도 왜 그가 입양을 결정했는지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1950년대 한국 전쟁 직후 국제입양이 이뤄지기 시작해, 경제 성장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1970~80년대에 그 수가 정점을 찍었다.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하던 2022년에도 142명의 아이가 해외로 입양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들 안데르스 현 몰비크 보튼마르크는 "한국에 14일간 머무를 예정"이라며 부산을 다녀왔고, 이제 친생모가 있는 대구를 가려 한다. 그에게 책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푸른숲
보튼마르크 교수는 “궁핍한 아이와 입양을 원하는 부모 모두가 국제입양을 통해 이익을 얻게 된다”는 관념을 비판했다. 아이들의 정체성과 국적에 대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2021년 2월 네덜란드 정부가 설치한 독립조사 기구인 국제입양조사위원회의 ‘하위스트라 보고서’를 언급하며 국제입양이 구조적 인권 침해를 유발했다고 말한다. 입양 정책은 주로 입양 부모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최선의 이익’ 개념을 무시해왔다면서다.
국제입양의 어두운 점을 묻자 그는 “너무 많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쟁 고아를 돕겠다는 선의로 시작했지만 나를 포함해 서구에서 아이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입양이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가 ‘입양’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보튼마르크 교수는 “각각의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걸 무시하고 입양을 시스템화한 것이 문제”라며 “입양이 이상적인 제도 아래에서 진행이 되려면 친생가족과 입양가족이 개방적이고 투명한 절차로 입양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12월 “2029년까지 국제입양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에 보튼마르크 교수는 “한국 정부의 선언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국제입양이 계속될 수 없다는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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