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존과 욕망은 침실에서조차 외로운 것…화제성 1위 ‘클라이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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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드라마 '클라이맥스' 스틸컷. 추상아(하지원)이 분장실에 앉아있다. [사진 룬컴]
어떤 세상은 철저한 약육강식의 원리로 작동된다. 생존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쳐야 하고, 이후엔 강자의 자리에 서기 위해 가장 높은 곳을 향한 욕망을 품게 되는 곳.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는 톱배우 추상아(하지원)와 흙수저 출신 검사 방태섭(주지훈) 부부를 중심으로 연예계와 정·재계가 얽힌 성접대와 살인 사건 등 어두운 분투를 그린다. 총 10부작 가운데 7회(6일)까지 방영되며 극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7일 펀덱스에 따르면 ‘클라이맥스’는 3주 연속 TV 드라마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방영된 ENA 드라마 중 처음이다. 글로벌 성적도 좋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드라마는 7일 기준 대만 1위, 인도네시아에선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미주·유럽·오세아니아·중동 지역에선 공개 첫 주 톱5에 진입했다. 국내에선 21일 연속 1위다.
드라마 주인공 추상아는 꿈을 이루기 위해 소속사 사장으로부터 비인격적인 요구를 감내해온 인물이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연인이자 소울 메이트인 여배우 한지수(한동희)가 성접대 요구를 받다가 죽음에 이르고 자신도 몰래 카메라가 가득한 방에 갇히자, 소속사 사장을 살인 교사 하기에 이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만난 검사 방태섭과 결혼한 뒤에는, 다시 배우로 재기하려는 과정에서 모든 사건의 흑막인 재벌 그룹 오너의 후처 이양미(차주영)의 방해에 시달린다. 검찰 세계에서 인정 못 받던 흙수저 출신 방태섭 역시 정계로 진출하려고 하지만 이양미의 전방위적 방해를 뚫어야 하는 난제에 빠진다.
연예계와 정·재계의 카르텔은 그간 영화와 드라마에서 꾸준히 다뤄온 소재다. 기존의 작품들은 비교적 정의로운 주인공이 카르텔을 타파하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클라이맥스’는 그 카르텔이 개인을 괴물로 만드는 과정에 집중했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지원 감독은 7일 서면 인터뷰에서 “기괴한 카르텔 속에 놓인 개인이 ‘어떻게’ ‘왜’ 괴물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이야기에 접근했다”고 했다.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 스틸컷. 흙수저 출신 검사 방태섭(주지훈)이 시름에 잠긴 얼굴로 업무를 본다. [사진 룬컴]
추상아는 접대를 요구받은 피해자이자 살인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이기도 하다. 사회에서 강자의 자리에 선 것 같지만,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도박을 벌일 정도로 극한 생존 게임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원은 6일 마포 ENA사무실에서 만나 “추상아를 생각하면 불쌍한 마음이 든다. 선과 악이 아닌, 생존을 위해 선택해야만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어떻게 보면 사회가 그녀를 괴물로 만든 것인데, 그런 추상아가 한 선택이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이야기가 펼쳐지는 과정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검은 간유리와 거리를 둔 침대로 외로움 표현
드라마 클라이맥스 스틸컷. 방태섭의 비밀 정보원으로 일하는 황정원(나나). [사진 룬컴]
드라마는 생존과 욕망 때문에 침실에서조차 가면을 쓰는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도 그린다. 추상아와 방태섭은 범죄의 진실을 덮은 공범이자 동지지만, 둘은 서로를 믿지 못한다. 함께 있는 침실에서도 방태섭은 추상아를 도청한 녹음 파일을 듣고, 추상아는 남편이 자신의 뒤를 캔다는 걸 알지만 모른 척하며 대화를 나눈다. 이 감독은 “두 사람은 서로의 패를 가장 잘 알고 있어 언제든 상대의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감시자”라며 “검은 간유리와 거리를 둔 침대 구조를 통해 인간은 결국 가장 가까운 이에게도 거리를 둔 채 연기해야만 하는 실존적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7일 ENA 사무실에서 만난 주지훈은 방태섭에 대해 “선악이 공존하는, 비겁한 남자”라며 “자신이 비겁하기 때문에 누구도 믿지 못하고 자신의 악을 합리화하면서도 괴로워하는 인물이란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코드를 포함한 다양한 여성 서사가 극을 이끌어 간다는 점도 화제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방태섭이 부리는 황정원(나나)가 추상미를 감시하고 물리력을 쓰면서 지키다가 결국 애정을 품게 되는 과정도 그렇다. 하지원은 지난주 5회에서 공개된 둘의 키스신에 대해 “단순히 ‘동성’이라는 틀보다는 추상아라는 불안정한 존재가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려 했다”고 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동원해 정·재계와 연예계를 주무르는 이양미는 사건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 여성 ‘빌런’이다. 이 감독은 “황정원은 이양미와 함께 기존 드라마에서 남성 캐릭터가 주로 맡아온 역할을 전복시킨 캐릭터로, 답습하던 공식을 뒤집어보고 싶었다”며 “대부분의 장치는 자극을 위한 것보다 서사적 필연성 때문에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남은 3회에서 인물들 간의 극한 대립과 파멸,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를 앞두고 있다. 하지원은 “추상아와 이양미가 말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마치 (검투사가) 칼 싸움을 하듯 긴장감이 팽팽하다”며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전개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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