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친청도 베는 ‘정청래의 칼’… 8개월간 현역만 5명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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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김병기 의원(오른쪽)이 지난 2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1억원의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친 뒤 이동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대표가 윤리감찰단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비위 의혹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이 짧은 공지는 정청래 대표의 ‘최후통첩’이 됐다. 정 대표는 취임 8개월간 논란의 대상이 된 이춘석(주식 차명거래 의혹)·강선우(뇌물수수 의혹)·김병기(공천헌금 의혹)·장경태(성추행 의혹) 등 현역 의원 네 명과 김관영 전북도지사(현금 살포 의혹)를 윤리감찰단 조사 끝에 제명했다. 징계 전 탈당으로 퇴로를 찾으려던 이들도 예외 없이 사후적 제명 조치로 5년 내 복당 가능성을 차단했다. 정 대표는 7일 식사비 대납 의혹이 제기된 전북지사 예비 후보인 이원택 의원에 대한 감찰도 지시했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친청(친정청래)색이 뚜렷한 인사였다.

이 때마다 당 대표 직속 기구인 윤리감찰단(단장 박균택 의원)은 “정청래의 칼”로 기능했다. 지난 1일 김 지사 제명 결정이 내려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CCTV에 찍힌 현금 액수를 일일이 세어 본 뒤 “김 지사가 주장한 액수(68만원)보다 많다”고 보고한 것도 윤리감찰단이었다.

윤리감찰단은 이낙연 대표 시절인 2020년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문 사태 뒤 ‘민주당판 공수처’를 표방하며 신설됐다. 첫 조사 대상은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및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 제기됐던 이상직·김홍걸 전 의원이었다. 1기 단장은 판사 출신인 최기상 의원이 맡았다. 이후 부장 검사 출신인 김석담 변호사와 고검장 출신인 박균택 의원이 단장을 맡으며 조사 기능이 강화돼 ‘민주당판 검찰’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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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무소속 신분인 장경태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공소청법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 표결 후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윤리감찰단의 활동은 당 대표 지시에 따라 움직여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지난해 9월 정 대표가 대법관 증원 등 당 사법개혁안이 외부로 유출된 경위 파악을 지시하자 윤리감찰단이 당 사개특위(사법개혁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특위 소속이었던 김상욱 의원은 “잘못된 요구이고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거부했다”고 반발했다.

윤리감찰단은 박 단장 이하 변호사 출신 부단장 등 조사 경험이 풍부한 민주당 당직자와 수사기관 출신 외부위원 등 총 7명으로 구성돼있다. 민주당 당규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중앙당 및 시·도당의 당직자와 사무처 기구는 윤리감찰단 요구 시 자료제출과 조사에 협력하여야 한다’고 적혀있다.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아본 민주당 관계자는 “윤리감찰단이 유죄, 무죄 취지로 징계 의견을 담아 당 법원 격인 윤리심판원에 보내는 구조”라며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어, 감히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혹이 발생하면 여론이 가라 앉기를 기다리며 눈을 감아줄 수 있는지 살피는 게 정치권의 문화였다. 그러나 정 대표는 무관용 원칙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다. 지난 1일 유튜브 박시영 TV에 출연해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 중 예뻐하고 좋아하고 지지하고 싶은 후보들이 있을 것 아닌가. 그것도 봐주지 않고 원리원칙대로 처리했다. 그래서 제 새끼 손가락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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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리감찰단장인 박균택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김관영 전북도지사 제명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정 대표의 고심도 크다고 한다. 6월 지방선거는 물론 8월 전당대회 재도전을 앞둔 정 대표에게 동료 의원은 하나하나가 아쉬운 자산이다. 한 친청계 의원은 “정 대표가 윤리감찰단 조사 지시를 하기 전 고민을 상당히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즉흥적 결정이 아니다”며 “결국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정 대표 생각”이라고 했다.

제명 의원의 숫자가 늘어나며 발생한 형평성 논란은 정 대표에게 또 다른 부담이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전재수 의원은 “구체적 근거가 없다”는 당의 판단에 따라 윤리감찰단 조사를 피해, 부산시장 경선에 출마했다. 비당권파인 김관영 지사는 언론에 의혹이 보도된 뒤 반나절 만에 재심이 불가능한 비상징계에 따라 제명됐지만, 친청계로 분류되는 장경태 의원은 성추행 의혹이 보도된 뒤 넉 달이 지나서야 제명처리가 됐다. 여권 관계자는 “윤리감찰단에는 강제 조사권이 없다. 특히 장 의원 사례는 피해자가 당 외부 사람이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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