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살 사망 이 정도였나” 당혹…67% 뛴 그 곳 특단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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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경기도 A시에서 진행된 지역사회 사후대응 대책회의. 자살 급증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단체, 기관 등이 모였다. 사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통장협의회, 주민체육회, 복지관, 소방서, 병원, 우체국…. 지난달 25일 경기도 A시의 청사 대회의실에 다양한 명찰을 단 참석자가 40명가량 몰렸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자살 문제로 인한 ‘지역사회 사후대응 대책회의’였다.

A시는 지난해 11월 자살 사망자 수가 8~10월 평균 대비 66.7% 급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증가율로 전국 최상위권이다. 특히 이 기간 B동(洞)에서만 자살로 숨진 사람이 6배 가까이 늘었다(0.67명→4명).

지역별 자살 통계를 모니터링하는 보건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A시에 자살 급증 ‘경보’를 내렸다. 자살예방 전략 조언, 현장 맞춤형 대책 마련 등을 위해 이날 자리도 만들었다. 정책을 담당하는 시청, 보건소뿐 아니라 주민 일상과 연결된 기관·단체 대부분을 불렀다. 매달 이러한 자살 증가 지자체 4곳을 돌며 비슷한 회의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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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대교에 있는 자살 예방을 위한 '한번만 더' 동상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우리 지역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만큼 단순한 통계 보고보다 실질적인 사후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A시 보건소장이 먼저 입을 뗐다. 참석자 사이에선 “이 정도인지 몰랐다” 등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어서 이구상 생명존중희망재단 본부장이 세상을 떠나는 이웃사촌의 증가가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했다. “지역사회 내에 자살 사건이 생기면 슬픔·애도를 넘어 트라우마가 발생한다”면서 “제일 큰 문제는 연쇄 자살”이라고 말했다. 자살이 급증한 B동 등을 짚으면서 “경제적·정신적 문제를 가진 중년과 노년층 자살 예방에 더 집중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그는 교육·캠페인·모니터링 등 자살 예방에 효과적인 방법도 설명했다. 특히 자살이 많은 지역명 공개 등에 따른 ‘자살 명소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에서 챙기니 지자체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구체적인 자살 장소를 담은 기사를 모니터링하고, 보도준칙에 맞춰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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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사후대응 대책회의 참석자들이 자살 예방 대책 논의를 위한 토론 때 작성하는 표. 정종훈 기자

이 본부장 설명을 들은 참석자들은 3개 조로 나눠 1시간 가까이 토론을 진행했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기관·단체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다. 당장 진행할 수 있는 자살예방 홍보자료 배포, 생명 지킴이 교육 이수, 취약대상 집중관리 등에 나서겠다는 목소리가 컸다.

“고위험군을 많이 아는 통장들이 자살 예방 리플렛을 노인, 1인 가구 등에 직접 배포하겠습니다.”(통장협의회 대표)

“생명 지킴이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자살 예방 홍보를 위한 컵홀더도 만들어볼까 합니다.”(지역자활센터 대표)

바르게살기위원회 대표는 2년 전 일을 꺼내며 ‘일상적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네에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 하신 어르신이 있었습니다. 집을 직접 방문하니 먹어선 안 되는 밥을 드시고, 냉장고도 고장 나 있었죠. 냉장고 등을 고치고 청소도 해드렸더니 고맙다고 장문의 문자를 보내셨고, 위기를 넘기셨죠.”

이날 제시된 대책들은 오는 6월까지 실제로 적용한 뒤 점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A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참석자들에게 “오늘 보여준 관심을 다른 분에게 많이 확산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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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지난해 자살로 숨진 사람은 전년 대비 7.4% 줄어든 1만377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려면 위기에 놓인 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지자체의 역할이 중앙 정부만큼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자체별 자살 예방관 지정, 사후대응 대책회의 확대 등으로 ‘풀뿌리’ 자살을 줄일 대안을 찾고 있다. 박정우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자살이 늘어난 지역에서 대책을 세우면 2~3명은 더 살릴 수 있다. 그러면 전국적으로 500~600명의 자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장)는 “다양한 원인을 가진 자살 위험군을 관리하려면 지역 공동체 회복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예산 투자도 늘려야 한다”면서 “정부도 지역 자살 통계 등을 적극적으로 분석·공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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