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맞벌이 부부 “홀짝 번호판 바꿨어요”…2부제 첫날 ‘출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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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여파로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시행된 8일, 서울 도심 곳곳 출근길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정부는 지난 2일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로 상향하면서 이날부터 차량 통제를 강화했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1·2·5호선 환승 거점인 구로구 신도림역 안은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곳곳에 배치된 질서안전요원이 밀려드는 인파를 통제했다. 경기 김포시 자택에서 출발해 서울 종로구 일터로 출근하던 문모(31)씨는 “평소 차로 1시간 걸려 출근하는데 오늘은 지하철을 타니 1시간30분쯤 걸렸다”며 “집에서 더 일찍 나와야 해 피곤하지만 별수 있나”라고 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출발한 박모(34)씨도 종로구 소재 공공기관으로 출근하기 위해 탑승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박씨는 “차로 출근하면 40분인데 2부제 때문에 대중교통을 타니 1시간 걸리고, 환승까지 해야 해 불편하다”며 “오늘 신도림역에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8일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사당역 3·4번 출구 인근 시외버스정류소가 경기도에서 온 시민들로 북적이는 모습. 김예정 기자
“구형 번호판 교체해 홀수 번호로”
격일로 발이 묶이게 된 시민들은 저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맞벌이 교사 김모(43)·유모(43)씨 부부는 최근 차량 번호판을 교체했다. 차량 2대의 번호판 끝자리가 모두 짝수여서 2부제가 시행되면 격일로 두 대 모두 운행이 제한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의 등·하교를 챙겨야 하는 이들 부부에게 차량 이용은 필수다. 결국 김씨는 본인 차량 번호판을 일부러 홀수로 바꿨다. 김씨는 “구형 번호판이라 교체가 가능해 홀수 번호로 바꿨다”며 “갑자기 2부제가 시행되면 우리 같은 맞벌이 가정은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대구 달서구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이모(58)씨도 “맞벌이 아내와 둘 다 차량 번호판 끝자리가 짝수여서 하나를 바꿀까 고민 중”이라며 “동료 교사 중 대중교통을 타면 출근 시간이 1시간이나 더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우린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카풀' 모임 꾸리기도
세대 내에서 차를 공유할 수 없는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카풀(carpool)’ 모임을 꾸리기도 한다. 정부가 2일 차량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카풀을 구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하지만 근무환경상 카풀도 어려울 경우엔 출퇴근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리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경기도 소재 공공기관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 A씨(40대)는 “평소 자차로 40분 걸리던 출근길이 대중교통을 타면 1시간 20분으로 시간이 두 배 걸린다”며 “야근이 잦아 카풀도 쉽지 않다. 직장 주변에 월주차 가능한 주차장도 없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책 취지에 공감하며 자발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도 있었다. 8일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사당역시외버스정류소에서 만난 남춘우(61·경기 수원)씨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사당역으로 향했다. 남씨는 “평소엔 차를 몰지만 이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며 “차 번호판 끝자리가 1이라 오늘 5부제 대상은 아니지만 나라가 위급한 시기인 만큼 정책 취지를 따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홀짝제)가 시작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원들이 2부제 안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학부모·강사들 “유연한 기준 필요”
다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2부제를 따르기 어려운 사람들도 분명히 있는 만큼, 유연한 기준이나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출퇴근길에 취학 자녀를 차에 태워 등하교를 돕는 부모들은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 소재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수상안전요원은 “퇴근길에 학원을 마친 아이를 픽업해야 하는데 2부제 시행으로 어렵게 됐다”며 “전기차를 사거나 일을 그만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또 방과후강사는 교구와 자료를 직접 가지고 여러 학교를 돌면서 수업하기 때문에 차량 이용이 필수인데, 차량 2부제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생업을 걱정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7~8일 오전 8시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피케팅 시위를 열고 방과후강사 차량2부제 제외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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