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표준치료 막힌 간암에도 길 열렸다”…양성자치료 2000건 결과 첫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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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유정일 교수(오른쪽)가 환자에 양성자치료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표준 치료가 어려운 간암 환자에서 양성자 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대규모 국내 환자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박희철·유정일 교수, 이정하 전공의 연구팀은 양성자로 치료한 간암 2000건을 분석한 결과를 유럽암학회지(European Journal of Cancer)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말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했고, 2024년 9월 국내 최초로 간암 양성자 치료 2000례를 돌파했다.
이번 연구는 약 10년간 축적한 치료 성적을 정리한 것이다. 분석 대상은 중복 치료를 포함한 환자 1823명이었다. 이들은 국제 가이드라인인 BCLC 분류상 수술이나 고주파 소작술 같은 표준 치료가 종양 위치, 간기능, 기저질환, 고령 등의 이유로 어렵거나 적합하지 않았던 환자들이다. 병기로는 BCLC 0기(아주 초기), A기(초기), B기(중기), C기(진행기) 환자가 포함됐다. 사실상 기존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군이다.
연구 결과는 초기 간암뿐 아니라 중기와 진행성 간암에서도 양호했다. 양성자치료를 받은 표적 종양에서 2년 동안 암이 재발하거나 더 진행하지 않은 비율은 아주 초기 95.5%, 초기 93.9%, 중기 98.5%, 진행기 87.6%였다. 3년 기준으로도 아주 초기 91.1%, 초기 91.3%, 중기 95.0%, 진행기 83.3%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 생존율 역시 3년 기준 아주 초기 81.1%, 초기 65.5%, 중기 45.5%, 진행기 37.2%로 집계됐다. 병이 진행된 환자군에서도 의미 있는 치료 성적을 보였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양성자 치료의 강점은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이면서 암에 방사선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성자는 암세포를 타격한 뒤 에너지가 급격히 소멸하는 특성이 있어 정상 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런 장점을 살리려면 높은 정밀도가 필수다. 삼성서울병원은 “치료 전 4차원 특수 CT로 암과 장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치료 중에는 실시간으로 호흡 상태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고정밀 치료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치료 성과의 배경에는 다학제 협진 체계도 있었다. 병원 측은 “소화기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적정 환자군을 선별하고, 축적된 간암 방사선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양성자 치료를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
유정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학제 협진과 양성자 치료 프로토콜을 표준화해 만든 가장 큰 단일 센터 코호트를 구축한 덕분”이라며 “풍부한 치료 경험을 갖춘 간암센터 시스템 안에서 양성자 치료는 환자의 예후를 개선해 나가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철 교수도 “양성자치료는 기존 치료가 부적합한 간암 환자에서 높은 국소 제어율과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는 확실한 치료 대안이 됐다”며 “앞으로 전향적 연구를 통해 그 역할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는 2025년 기준 전체 치료 환자 수가 8183명을 넘어섰고, 치료 건수는 10만 건을 돌파했다. 2025년 9월까지 치료한 환자 7908명 가운데 간암 환자가 2403명으로 가장 많았고, 두경부암 1466명, 폐암 1304명, 뇌종양 676명, 췌담도암 377명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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