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벚꽃 축제라 5부제 안해” “택배차도 절대 안돼”…제각각 지침에 현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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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8일부터 전국 공영주차장에 ‘승용차 5부제’가 시행되고 공공기관은 기존 5부제에서 2부제(홀짝제)로 강화됐다. 하지만 시행 첫날인 이날, 공공기관과 자치구별로 제각각인 규정 탓에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일부 공공기관은 모든 민원인 차량 출입을 허용한 한편, 다른 곳은 생계형 업무 및 택배 차량까지 5부제를 적용하는 등 세부적인 운영에 있어 차이가 있었다.

8일 오전 9시, 서울시 송파구청에선 끝 번호가 3·8인 차량들이 막힘 없이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수요일이라 차량 5부제에 따라 끝 번호가 3·8일 경우 공공기관에 주차할 수 없다. 하지만 송파구청 지상 주차장에 세워진 12대 중 5대가 5부제 제한에 해당하는 차량이었다. 구청에 민원 업무를 하러 방문한 40대 남성은 “차 끝번호가 ‘8’이라 걱정했는데 따로 제재가 없어 문제없이 지하에 주차하고 업무를 보고 왔다”고 말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송파구에서 벚꽃축제를 진행하고 있어 구청 주차장은 5부제 시행에서 제외돼 모든 시민에게 주차장을 개방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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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 및 공영 주자창 5부제가 시작된 8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청에 끝번호가 ‘5’인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입구 배너엔 ‘지역 여건을 감안해 민원인 차량 5부제를 시행하지 않으나 에너지 절감을 위해 자율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써 있다. 곽주영 기자

반면 송파구청에서 약 3km 떨어진 강동구청은 상황이 달랐다. 차량 끝 번호가 3이나 8인 승용차가 구청 진입을 시도하자 차단기에 ‘부제 위반 차량’이라는 문구가 뜨며 차단바가 올라가지 않았다. 직원도 “5부제 해당 차량이라 오늘 진입이 불가능하다. 택배 차량도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일부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끝 번호가 ‘8’인 차량을 몰고 온 한 시민은 차량 앞에 붙은 과거 승용차 5부제 스티커를 가리키며 “난 8이지만 화요일 대상 차량이다”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끝내 차량을 돌려 빠져나갔다.

또 용산구청은 택배차나 배달 오토바이의 경우에는 5부제를 적용하지 않았고, 마포구청은 차단기 설치 비용 문제로 직원들이 직접 입구에 나와 민원인에 협조를 구하며 5부제 대상 차량을 거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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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시 강동구청에 끝 번호 ‘8’인 차량이 진입하자 주차 차단기 ‘부제 위반 차량’이라는 문구가 떴다. 곽주영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학교나 구청 등 공공기관에 출입하는 직원 차량 및 관용차량에 2부제(홀짝제)가 시행된다. 민원인의 차량은 5부제 적용을 받는다. 앞서와 달리 경차와 하이브리드 차량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다만 전기차는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급한 업무를 보러 방문한 민원인들도 많았다. 탑차를 끌고 강동구청에 방문한 오토바이 대행 판매업자 정모(45)씨는 “고객 오토바이 등록을 대신 해주는 업무 때문에 왔는데 5부제 대상이라며 막아서니 어이없었다. 5부제는 출퇴근 직장인만 해당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나 같이 생계 때문에 온 사람도 막아서면 수요일엔 일하지 말란 뜻이냐”며 불만을 표했다. 강동구청 주차관리원은 “원칙대로 시행하고 있는데 과격한 민원인의 경우 아예 차단기 앞에 차를 세워 놓고 고집을 부리기도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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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용산구청에서 구청 직원이 차량 끝 번호 ‘8’인 민원인에게 승용차 5부제를 설명하고 있다. 김창용 기자

전통시장도 적용 제각각 

공영주차장의 5부제도 기준이 모호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일부 전통시장 인근 공영주차장의 경우 5부제 시행에서 제외된다고 했지만 서대문구 영천시장 앞 공영주차장은 5부제가 시행되고 있었다.

영천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0대)씨는 “5부제 제외인 줄 알았는데 아침에 주차 안 된다며 도로 나간 손님이 몇몇 있었다”며 “시장 과일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박스 단위로 사가는데 차가 못 들어가면 재래시장에 오겠냐”고 걱정했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모(60대)씨도 “재래시장 주차장은 5부제 면제해 준다더니 왜 시행하는지 모르겠다. 광장시장은 해주고 우리는 왜 안 해주는 거냐”며 “첫날이라 가만히 있지만 계속 이러면 상인회 차원에서 민원을 넣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기준이 복잡하고 제각각인 탓에 차라리 민영 주차장 정기권을 구입하거나 단기 렌터카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시민들도 많았다. 주차장 이용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모두의 주차장’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공공부문 차량 5부제 시행 이후 공영 주차장 인근 민영 주차장의 정기권 구매율이 최대 37%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오후 6시 이후에 빌려 다음날 오전 10시에 반납하는 출퇴근용 단기 카쉐어링 상품도 5부제 시행 이후 이용률이 8%가량 늘었다.

정부 취지에 공감은 하지만 차량 2·5부제를 시행해도 결국 우회 방안을 찾는 사람들도 많은 만큼 일시적인 조처보단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많았다. 경기 시흥시에서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한 교사는 “2부제로 차량을 학교에 주차하지 못하는 날엔 근처 아파트에 사는 지인을 통해 방문증을 구해 주차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이모(45)씨는 “지인들이 2·5부제에 골머리를 앓아 중고거래 앱에 올라온 상가 주차권 판매글을 알려줬다”면서 “차라리 정부가 원유를 어떻게 더 들여올지 고민하는 게 더 필요한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 주차관리요원도 “과거에도 5부제를 했지만 잘 안 지켜졌다”며 “이번에도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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