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년만에 완화한 서울 아파트 양극화…대출규제가 부른 5분위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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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격 양극화가 올해 완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고강도 대출 규제로 고가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동안 중저가 아파트가 매섭게 몸집을 키우면서 나타난 ‘규제의 역설’이다.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두 달 연속 완화한 서울 아파트 양극화, 그 이면엔?
8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이 최근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지난 1월 6.92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후 2월 6.86으로 하락했다. 2023년 5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나타난 하락 전환이었다. 이어 3월에도 배율이 6.76으로 내려가면서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 매매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양극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치다. 숫자가 낮을수록 상하위 아파트 간 가격 차가 적어짐을 의미한다. 지난 1월엔 5분위 아파트 100채로 1분위 아파트 692채를 살 수 있었는데, 3월엔 매입 가능한 규모가 676채로 줄었다는 뜻이다.
실제 5분위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34억6065만원으로 전월(34억7120만원) 대비 1055만원 하락(-0.3%)하며 찬바람이 불었다. 서울 5분위 평균 가격이 꺾인 건 2024년 2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같은 기간 1분위 평균 가격은 5억534만원에서 5억1163만원으로 629만원(1.24%) 올랐다. 3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6400만원에서 12억157만원(3.22%)으로 올라 오름폭이 더 컸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양극화가 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착시 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강도 높은 규제로 강남권 초고가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반면, 외곽 지역의 중저가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최근의 이중 흐름이 반영된 것이란 얘기다.
정근영 디자이너
5분위 배율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정책은 대출 규제가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5억원 이하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는 최대 2억원으로 축소했다. 비싼 아파트일수록 필요한 현금이 크게 늘면서 매매 수요가 중저가 주택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여기에 다주택자 압박과 추가적인 세제 개편 신호 등이 맞물리면서 젊은 층 중심으로 “문 닫히기 전 얼른 집을 사자”는 공포심이 거세졌다. 강남권은 호가가 하락해도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니, 대출 최대치(6억원)가 나오는 외곽 아파트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출 규제와 과잉 수요 탓에 중저가 아파트의 15억원 키 맞추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의 5분위 배율과 비교해도 서울 아파트 시장의 양극화 개선이 이례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3.25로 2023년 6월부터 빠짐없이 커지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5분위 배율 격차는 커지고 있는데, 서울 안에서만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이다.
“서울 입성 문턱 높아진 불안정한 안정화”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를 “불안정한 안정화”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가 주택 시장을 규제로 묶어둔 사이 저가 주택 시장이 풍선효과로 빠르게 상승하면서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며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선 서울 입성 문턱 자체가 크게 높아진 것이어서 서민층 주거 안정성은 불안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규제가 강화할수록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예컨대 세제 개편 시 강하게 영향 받는 고가 아파트 시장은 그만큼 하방 압력을 받지만, 중저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압력이 덜하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전문가는 “좋은 곳에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사람의 욕망을 규제만으로 다스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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