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세계적 존경받는 인물”…극적 휴전 만든 파키스탄 실세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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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협상을 중재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극적으로 2주 휴전에 들어간 미국·이란 사이에는 파키스탄이 있었다. 종전을 위한 협상도 10일(현지시간)부터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다. 극단으로 치닫는 양측 움직임을 조절하며 일촉즉발의 위기를 막아낸 ‘페이스메이커’로서 파키스탄의 역할이 관심을 끈다.
8일 뉴욕타임스(NYT)·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對)이란 최후통첩 시한(7일 오후 8시)을 12시간쯤 앞두고 이란을 향해 “오늘 밤 문명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란도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히며 미국의 공격이 예상되는 주요 교량과 발전소 주변에 시민들이 모여 ‘인간띠’를 만드는 등 양측의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기 전 중재자로 나선 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였다.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불과 5시간도 남겨 놓지 않은 오후 3시 17분. 샤리프 총리가 X(옛 트위터)에 최종 중재안을 내놨다. 그는 X 글에서 “마감 시한을 2주 연장해 줄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간곡히 요청한다”며 “이란의 형제들에게도 선의의 조치로 같은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교전 당사자가 2주 동안 전면적인 휴전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X 게시글에 미국 측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이란 측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을 태그했다. 트럼프는 이후 폭스뉴스와 통화에서 파키스탄의 2주 휴전 요청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도 “나는 그(샤리프 총리)를 아주 잘 안다. 세계적으로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휴전 승낙이었다. 이어 이란도 긍정 의사를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맞춰놓은 ‘시한폭탄’의 타이머는 폭발을 불과 88분 남겨놓고 멈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0월 이집트에서 만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샤리프는 사업가 출신으로 파키스탄 무슬림연맹 총재를 지낸 인물이다. 2022년부터 2차례에 걸쳐 총리를 역임했다. 1998년에는 살해 사건에 연루, 사우디아라비아로 강제 추방돼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다(2008년 무죄 판결). 지난해 9월엔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면담했다. 이후 트럼프를 “평화의 사자”라고 치켜세우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파키스탄 군부 실세인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 사이의 긴밀한 신뢰 관계도 중재에 한몫했다. 무니르는 트럼프 가문과 연계한 스테이블 코인을 국경 간 결제에 도입하기로 한 ‘크립토 딜’로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 트럼프가 무니르를 “가장 좋아하는 야전 원수”라고 일컬을 정도다.
파키스탄은 이번 전쟁에서 전통적으로 중동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 맡은 오만·카타르를 대체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앞서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성사하기까지 비밀 접촉을 주도했고, 최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미국 간 평화 협상을 끌어낸 경험이 있는 국가다.
김경진 기자
이란과 긴밀한 유대도 중재자로 나선 배경이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약 900㎞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슬람 시아파가 인구의 약 20%(2500만 명)를 차지한다. ‘시아파 맹주’ 이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파키스탄 스스로도 전쟁이 지속할 경우 에너지 공급 중단은 물론 국내 시아파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였다. 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국가였던 상황에서 중재자로서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캄란 보카리 뉴라인스 전략정책연구소 선임 국장은 NYT에 “미국이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파키스탄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파키스탄은 이란 정권이 심각하게 약화하더라도, 붕괴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파키스탄의 우방인 중국의 역할론도 부각된다. NYT는 이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이란에 유연성을 보이고 긴장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AFP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란에 협상을 강요하는 데 관여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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