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65일 ‘아메바 분쟁’ 신호탄 쐈다…포스코, 최소 4개 노조와 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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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정부는 대화를 주문했지만 노사 현장은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1000건에 가까운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쏟아진 가운데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건만 279건에 달한다. 노동위원회는 포스코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까지 인용했다. 앞으로 교섭단위가 여러 갈래로 쪼개질 경우 원청 사용자가 우려해온 ‘연중 내내 교섭’이 현실화할 수 있다.

8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신청에 대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포스코의 사용자성(실질적으로 노조법상 책임을 지는 사용자)을 인정하고 교섭단위를 별도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을 토대로 민간 기업의 원청 사용자성과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요구를 인정한 첫 사례다.

이번 결정으로 포스코는 원청노조에 더해 최소 3개 하청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한다. 대상은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플랜트노조다.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도 7개 하청 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고, 노동위원회는 이들을 한국노총 소속, 민주노총 소속, 그 외 노조 등 상급단체별 3개 교섭단위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민주노총 등의 반발로 시행령을 재개정해 교섭단위 분리를 보다 폭넓게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해관계의 공통성’ ‘이익대표의 적절성’ ‘갈등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내용이다.

포스코처럼 교섭단위가 잇따라 쪼개져 개별교섭으로 갈 경우 기업들이 우려해온 1년 내내 교섭도 가능하다.

헌법재판소가 2012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노동조합 상호 간 반목’과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갈등’ 등을 고려했는데, 이런 노사 협상의 원칙이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인사노무팀장은 “교섭단위 분리는 원래 매우 예외적으로 인정되던 사안이었는데 노동부가 이를 광범위하게 풀어버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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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현장은 대화보다 분쟁 국면으로 빠르게 빨려들어가는 모습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3월 10일) 이후 이달 6일까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은 총 279건으로, 이 중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이 114건에 이른다. 6일 기준 985개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며 전체 건수는 1000건에 육박했다. 반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사업장은 31곳에 그쳤다. 노조와 사용자 간 의견 차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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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결국 대다수 사안이 노동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현재까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용자성 판단 사건은 모두 인용됐다. 이날 포스코 사례뿐 아니라, 지난 7일에도 전국공항노조와 공공운수노조가 각각 한국공항공사·인덕학원(인덕대)·성공회대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공고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앞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하청노조에 대한 사용자성도 모두 인정됐다.

오용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법률 자문을 구하거나 노동위원회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아메바 분쟁’이라고 진단했다. 하청노조와 사실상 개별적으로 교섭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교섭이 열릴 때마다 의제와 부당노동행위 해당 여부 등을 다시 다퉈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박 교수는 “안전처럼 사용자성을 인정받기 쉬운 의제로 교섭을 시작하겠지만, 결국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문제로 갈등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는 사내 하청 협력사 직원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현재 포항·광양 제철소에는 협력사 50여 개, 직원 1만명가량이 있다. 포스코는 이 중 철강 생산을 직접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약 7000명만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15년 넘게 이어진 불법파견 소송을 일단락하겠다는 취지지만 직고용 범위·처우 등을 둘러싼 갈등이 예고됐다. 직고용을 할 때 임금 수준과 체계를 어떻게 정할지도 관건이다. 지난달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포스코 하청노조가 직접 교섭을 요구한 주된 이유도 정규직 대비 낮은 처우였다. 하지만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체계를 갖출 경우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다.

이미 자회사로 소속을 바꾼 직원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불법파견 논란에 포스코는 2023년 기존 26개 정비협력사와 자산양수도계약을 맺고 정비 전문 자회사 6개를 출범시켰다. 당시 협력사 직원과 외부 정비 경력직 공개 채용 등을 포함해 4500명가량이 자회사 직원이 됐는데, 이들도 직고용을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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