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루 최대 120척, 2주간 다 못 뺀다…‘호르무즈 탈출’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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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던 상선들의 탈출 작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호르무즈에 발이 묶인 상선은 약 2190척이다. 이 중 한국 정부가 파악한 억류 중인 한국 국적선은 총 26척으로 ▶원유 및 석유 제품 운반선 17척 ▶벌크선 5척 ▶컨테이너운반선 1척 ▶가스운반선 2척 ▶자동차운반선 1척이다. 이날 해양수산부는 “외교부 등 관계기관에서 확인된 통항 관련 정보, 외국 선박의 통항 상황 등을 선사에 빠르게 제공하기로 했다. 국내 선박의 통항과 관련해 선사가 자체적으로 통항 계획을 수립해 운항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통행이 재개되면 해협 안쪽에 억류된 선박을 먼저 밖으로 내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임택규 한국국제물류협회 상무는 “해협 안쪽에서 대기 중인 ‘외향 선박’들은 인근 국가들이 모두 전쟁 사정권 안에 있어 물자를 지급받지 못한지 한참됐다. 이들을 인도양으로 빼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하지만 2주라는 한시적 기간에 얼마나 많은 배가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쪽으로는 이란, 남쪽으로는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에 접해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시작점 폭이 약 50km,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약 33km 정도다. 대륙에 인접해 있어 수심이 얕은 지역을 제외하고 양방향 노선을 구분한다면 대형 유조선이 다닐 수 있는 폭은 약 3~10km 정도다. 평시에는 하루 100~120척 정도가 지나간다. 묶여 있는 2190척이 하루에 120척씩 해협을 빠져나간다고 단순 계산해도 18일이 걸린다.
장상식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기 선박을 순차적으로 빼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실제 출항 일정은 (이란의) 기뢰 부설 여부, 화물 종류와 국적·운항사별 우선권, 선박의 재운항 준비 상황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발표한 26척의 국적 선사가 아닌 외국 선사를 이용하는 국내 수출입 기업들의 상황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선사 이용 비중은 60~70%에 달한다. 국적선은 정부의 협조 아래 탈출 경로를 확보할 수 있지만, 외국 선사에 짐을 실은 기업들은 해당 선사의 결정과 소속 국가의 협상 결과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예컨대 중동에 본사를 둔 한국계 물류기업 이로지스(Elogis)의 권혁진 지점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으로 향하던 컨테이너 144개가 해외 선사 선박에 실린 채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며 “지난 1~2월 한국에서 중동으로 출항한 컨테이너 150여개 역시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대기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300여개의 컨테이너가 해상에서 정상 운송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수출입 기업 물량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차 수출 전문 물류업체는 “해협 안쪽에 억류된 선박들만 신경 쓰고 있는데 해협 밖에서 대기하는 배도 수두룩하다”며 “중동으로 가야 하는 우리 중고차 800대도 바다에 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실질적 통제권 행사도 뇌관이다. 평소 선박들은 해협 주변국의 특별한 허가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자유롭게 지나다녔다. 그러나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향후 2주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안전한 통행은 이란군과의 협의로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주장한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과 이견을 보인 셈이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통행료 지급에 대해 “현재로써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물류업계 일각에선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해협을 통과하는 편이 낫다”며 통행료 부과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향후 민관 협상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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