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당근책도 안 먹힌다…한화 개미 화나게 한 ‘유증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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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있는 한화그룹 사옥. 연합뉴스

한화그룹 태양광·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의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그간 주주와 소통 없이 시행한 기업들의 ‘기습 증자’가 투자자의 불신을 키운 탓이다. 소액주주들은 이사 해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에 나서는 등 유상증자 철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수습 나선 한화, 반발하는 개미들

8일 한화솔루션의 대주주(지분 36.66%)인 ㈜한화는 이사회를 열고 배정된 한화솔루션 신주 전량에 20%를 추가 청약해 총 2534만2255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6일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주 반발이 거세지자 ‘초과 청약’을 통해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이번 증자로 새로 발행할 주식(7200만주)의 35.2%에 해당하는 규모로, 예상 납입금액은 약 8439억원이다. ㈜한화는 “한화솔루션의 주주가치 향상 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의 유증 참여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유상증자는 경영 실패 책임을 주주들에게 지우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현재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결집률은 3%를 넘어섰다. 상법 상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임시주총 소집·주주제안·이사 해임안 상정이 가능하다. 이들 소액주주는 임시 주총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이사를 선임해 회사 측의 유상증자 철회나 발행 규모 축소 등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소액주주 “소통 없는 증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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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은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증자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은 AA-(부정적)이지만, 오는 6월 신용평가사 정기평가에서 A-로 한 단계 하향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솔루션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96.32%로 1년 전보다 13.14%포인트 증가했고, 차입금의존도는 45.19%로 2.84%포인트 늘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이자 비용도 덩달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결정이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 발표 이틀 전에 열린 정기주총을 진행했는데, 발행 가능 주식 총수를 확대하는 정관 개정을 진행하면서 정작 유상증자 계획은 공유하지 않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상증자 후에는 발행주식 총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주주들은 충분한 대응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주가 하락을 감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 공시 당일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18.22% 급락했다.

반복되는 ‘유증 잔혹사’

국내 주식투자자들은 그간 기습적인 유상증자로 홍역을 앓아왔다. 지난해 1조6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삼성SDI의 경우 부채비율 88%로 차입 조달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증자를 택해 논란을 샀다. 2023년 유상증자를 통해 1조1400억원을 조달한 SK이노베이션도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데도 유상증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우주 투자 확대 목적으로 3조6000억원 규모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금융당국의 정정요구를 받고 2조3000억원으로 규모를 줄였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이익은 1조724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신용등급은 AA- 수준으로 차입 여력이 충분했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유증 계획에 반발했다.

주주 보호, 과제로 남아

투자자들은 유상증자는 이사회의 결의 사항이다보니 일반 주주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경영진과 대주주의 이해관계 속에서 이사회를 견제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가 훨씬 치열해졌다”며 “회사의 이익뿐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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