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전히 호르무즈 옥죄는 이란…“하루 10여척 제한, 통행료 위안화”

본문

bt8e83ed1cbf46129ed005a916efa6f47f.jpg

지난달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근처 걸프만의 화물선들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미국과의 휴전 국면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유지하며 하루 통과 선박을 10여척 수준으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아랍권 중재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2주간의 휴전 기간에도 해협 통과 선박 수를 약 10여척으로 제한하고, 사전 협의를 거쳐 통행료를 징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선박들은 이란 정예 군사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조율을 해야 하며, 비용은 암호화폐나 위안화로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실제 통행량은 급감한 상태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7일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4척에 그쳤다. 전쟁 이전 하루 100~135척이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마비 수준이다.

이란은 전쟁 기간 자국 허가 없이 통과하려는 유조선을 공격하며 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권을 확보했고, 이번 휴전 국면에서는 이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산 원유·물자 운반 선박은 무료 ▶우호국 선박은 일부 비용 ▶미국·이스라엘 연계 국가 선박은 통과 금지 등 차등 체계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tb3448391e6d9d5e15d750397e5d596f2.jpg

하늘에서 본 호르무즈해협. 로이터=연합뉴스

통과가 허용된 선박의 항로도 제한된다. 기존 국제 항로 대신 이란의 케슘섬과 라라크섬 사이 좁은 수로를 따라 이란 연안을 끼고 이동해야 한다. 통행료는 선박 규모에 따라 달라지며,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최대 2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게 해운업계 설명이다.

이 같은 조치는 국제법과 충돌 소지가 크다.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자연 해협’에 대해 모든 국가 선박의 자유로운 통과통항권을 보장하고 있어 특정 국가의 통행료 부과를 허용하지 않는다. 수에즈·파나마 운하와 달리 지브롤터·말라카 해협 등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도 이란은 해상 무선 교신을 통해 혁명수비대 승인 없이 해협을 통과할 경우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자국이 설치한 기뢰를 이유로 선박들이 안전하게 항해하려면 군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전략 요충지다. 이란의 통제 강화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물가에 직접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t73ba3f185ced477cf6850d784589b7b6.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BC뉴스 인터뷰에서 통행료 징수를 이란과의 합작 사업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반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를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위”로 규정하면서도, 대응의 주체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통행료 요구를 사실상 묵인할 경우 하루 약 2000만 배럴(세계 공급의 약 20%)에 달하는 원유 흐름의 상당 부분을 이란이 좌우하는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해협 통행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선박별로 허가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이라 사실상 원유 수송 흐름이 거의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대기 중인 국내 정유사 유조선 7척(약 1400만 배럴 규모)이 통항 재개 시 국내로 유입될 경우 단기 수급에는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통행 조건과 안전 보장이 불확실해 공급망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6,87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