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네타냐후 “방아쇠 손가락에 걸려있다”…휴전 첫날부터 ‘아슬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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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의회에서 연설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다음날인 8일(현지시간)부터 상대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전투 복귀”를 거론하는 등 휴전 체제가 첫날부터 위태롭게 흔들렸다. 오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이란 간 첫 대면 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임시 휴전 국면이 아슬아슬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8일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공격을 재개해 휴전 체제를 위협하는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스라엘군은 미·이란의 휴전 합의를 받아들여 이란 공격은 멈췄지만 헤즈볼라는 휴전 합의에 들어 있지 않다며 이날 레바논 전역에서 약 100개의 목표물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최소 182명이 숨지고 약 90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뇌관 부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에는 완수해야 할 목표가 더 많이 남아 있다”며 “합의를 통해서든, 전투를 통해서든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든 다시 전투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 방아쇠에도 손가락이 걸려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도 이스라엘 편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PBS 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두고 “휴전 합의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항의 축' 친이란 무장세력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 전쟁연구소(ISW), 외신 종합]
트럼프 “미군 전력, 계속 이란 주둔”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추가 탄약·무기 및 기타 모든 물자를 포함한 미국의 모든 군함·군용기·병력은 ‘진정한 합의’가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이란과 그 주변 지역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며 “만약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이전에 본 적 없는 규모로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발포’가 시작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란과의 대면 협상에서 미 정부 대표단을 이끌 JD 밴스 부통령 역시 “우리도 이스라엘도 레바논이 휴전 협정의 일부가 될 거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재봉쇄를 위협하는 상황을 두고는 “그들이 합의 약속을 깬다면 심각한 대가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휴전 합의 위반…보복할 것”
이란은 ‘저항의 축’ 동맹인 헤즈볼라 피격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을 겨냥해 “휴전 합의 몇 시간 만에 시온주의자 늑대 정권이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잔혹한 학살을 재개했다”고 비난했다. 또 이를 명백한 휴전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철저한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제복을 입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계속 공격해 휴전 합의를 위반한다면 합의를 철회하겠다”는 정부 소식통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이란 협상단을 이끌 것으로 전해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미국을 향해 “▶레바논 침공 ▶이란 영공에 대한 드론 침입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부인 등 휴전 합의의 3가지 핵심 조항 위반으로 휴전과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휴전 합의 이후 처음으로 9일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도 재개됐다.
“이란, 호르무즈 선박수 10여척 제한 추진”
이란은 휴전 합의로 개방하는 듯했던 호르무즈 해협도 다시 봉쇄한다고 위협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이날 오전 상선 2척이 해협을 지났지만 이스라엘 휴전 위반 때문에 유조선 통행이 다시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도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폐쇄되면서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들이 급히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해협에서 선박 통행량 증가가 확인됐다”며 해당 보도를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은 휴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휴전 기간 중에도 해협의 하루 통행 선박 수를 10여 척 수준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기 중인 선박들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마린트래픽, 한국해양진흥공사]
또 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상선 4척에 불과했다. 전쟁 이전 하루 약 135척이 드나들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이 요구한 ‘완전 개방’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의 ‘기뢰 위험 회피’를 이유로 ‘대체 항로’를 발표하기도 했다. 외해에서 이란 방면으로 들어가는 선박은 오만해에서 라라크섬 북쪽을 휘돌아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고, 내해에서 빠져나가는 선박은 라라크섬 남쪽을 거쳐 오만만으로 이동하라는 요구다. 해협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1일 파키스탄서 첫 대면 협상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 협상이 열린다.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협상을 위해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협상단을 이슬라마바드로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10일 첫 협상이 열릴 것으로 알려졌는데, 백악관은 현지 시간으로 ‘11일 오전’이라고 밝혔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그간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물밑에서 협상에 관여해왔다. 개전 초기에는 전쟁 회의론자로 분류되며 트럼프 대통령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그런 측면 덕분에 이란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인물로 보고있다고 한다. 기존 협상 창구였던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가 이란의 신뢰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다. 밴스가 트럼프 행정부 2인자라는 위상도 중요하다.
차준홍 기자
이번 협상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이란 핵 능력 해체 및 농축 우라늄 국외 방출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 ▶미사일 사거리·수량 제한, 그리고 이란이 요구하는 ▶영구적 종전 확약 및 헤즈볼라 등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전쟁 피해 배상 등이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양측 요구안들에는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상당수 포함돼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미, 파키스탄에 휴전 중재 요청해와”
양측이 거친 언사와 함께 기선제압을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는 있지만 대화 의지가 없지는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 모두 휴전을 유지하고 협상을 계속할 유인이 충분할 수 있다”면서 “이란의 군과 정치 지도부는 전쟁으로 큰 피해를 봤고,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에 회의적인 여론, 에너지 가격 인상, 지지층 반대로 인해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을 향해 전례 없는 수준의 강공을 위협하면서도 물밑에서는 휴전 성사를 위해 파키스탄에 중재 역할을 요구해 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파키스탄 측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호르무즈를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한 시점부터 비공개적으로 파키스탄 정부를 상대로 중재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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