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그린란드 기억하라"... 벌점 외교? 나토 미군 재배치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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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을 2주간 멈춰 세우며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정조준했다. 이란 전쟁 과정에서 쌓인 나토를 향한 격앙된 감정이 미군 재배치와 기지 폐쇄라는 ‘벌점 외교’로 향하는 양상이다. 나토 수장이 직접 워싱턴으로 날아가 진화에 나섰지만, 트럼프는 면담 직후 비난 글을 올리는 등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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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분노 폭발…그린란드 앙금까지 소환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나토는 우리가 필요로 할 때 거기 없었고, 우리가 다시 필요로 해도 거기 없을 것”이라며 “그린란드, 그 크고 엉망으로 운영되는 얼음덩어리를 기억하라”고 올렸다.

트럼프는 올 초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합병을 추진하다 유럽 동맹국들의 거센 반발에 물러선 바 있다. 수 개월 만에 그린란드 갈등을 다시 소환한 것은, 전쟁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나토에 대한 응징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백악관 역시 나토를 향한 공개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6주간 미국 국민의 돈을 지원받는 나토가 정작 미국에 등을 돌렸다”며 “그들은 시험대에 올랐고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실제 정책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전에 비협조적이었던 나토 회원국에 주둔한 미군을 협조국으로 이동 배치하는 방안이 최근 몇 주간 백악관 고위급 사이에서 검토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약 8만4000명 규모인 유럽 주둔 미군을 흔들어 동맹 내부의 균열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유럽 내 미군 기지 일부를 폐쇄할 수도 있다. 일종의 줄세우기식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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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마르크 뤼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독일 정조준…충성도 따라 갈리는 상벌 명단

응징 대상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은 스페인과 독일이다. 스페인은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하게 미국이 요구하는 국방비 지출 목표(국내총생산의 5%)를 거부한 데다 이란에 투입된 미 군용기의 영공 통과도 불허했다. 독일은 람슈타인 공군 기지를 제공하긴 했지만, 정부 관계자가 나서 거리를 뒀다. 기지 사용에 깐깐한 조건을 내걸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조적이라고 시사한 국가는 폴란드·루마니아·리투아니아·그리스 등이다. WSJ는 “이들 국가가 유럽에서 국방비 지출 비율이 높다”며 “호르무즈해협 감시를 위한 국제 연합군 창설을 지지하겠다고 먼저 밝히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루마니아의 경우 미국 요청에 따라 자국 기지에 급유기와 감시 장비, 위성통신 장비 배치를 승인했다.

탈퇴 대신 재구성…트럼프 측근이 만든 차선 카드

‘나토 흔들기’ 구상이 현실화하면 미군 거점이 서유럽에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러시아와 더 가까워진다. 나토 내부의 균열이 러시아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나토 탈퇴 카드보다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나토 탈퇴는 상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현재로선 미군 재배치와 기지 폐쇄 방안이 나토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이 될 수 있다.

나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뤼터 사무총장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불만에 대해 “이해한다”면서도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이란 전쟁에서 이전 약속들을 이행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나토 회원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을 지지한다”고도 덧붙였다. WSJ는 “미국이 전쟁 시작 전 동맹국들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반 군사 대응을 조율하기 어려웠다는 게 유럽 고위 당국자들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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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월 24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과 일본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에도 여파를 미칠 수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도 군함 파견을 요청했지만 양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응징이 현실화하면 다음 타깃은 동아시아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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