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쓰레기 매립장을 수목원 만들어 탄소배출권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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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까지 쓰레기매립장으로 쓰이다 수목원이 된 부산 해운대수목원이 최근 온실가스 배출권 외부 사업 등록 승인을 받았다. 지난 3일 해운대수목원 전경. 송봉근 객원기자
탄소중립 정책 이행과 탄소배출 감축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탄소 자산’을 조성하는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산림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물론, 도심권에서도 공원과 유휴지 등을 활용해 탄소를 감축하고 그만큼의 배출권을 확보해 수익을 내려는 것이다.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해운대수목원. 면적 62만8000㎡(축구장 88개)에 달하는 해운대수목원 부지엔 편백·느티나무와 소나무 등 667종 37만7000주의 수목이 빼곡히 자리했다.
수목 사이로 난 널따란 산책로에서 만난 김병국 부산시 도시숲경관팀장은 “수목원의 나무들이 앞으로 15년간 탄소 1365t을 흡수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승용차 570대가 1년간 내뿜는 탄소를 해운대수목원이 고스란히 빨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해운대수목원은 이런 탄소 흡수 기능이 인정돼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외부 사업’ 등록 승인을 받았다. 평가를 거쳐 특정 시설이 탄소를 흡수하는 만큼 탄소배출권을 주고, 이 배출권을 민간 기업에 판매하는 등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해운대수목원 부지는 본래 1987년부터 1993년까지 부산 전역의 생활 쓰레기를 매립하는 매립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부산시가 국·시비 840억원을 들여 2010년부터 수목원으로 조성했다. 전체 수목 37만7000주 가운데 나무는 18만420그루인데, 이 나무의 탄소 흡수 기능에 주목해 이번 사업 승인을 받았다.
김 팀장은 “나무가 흡수하는 탄소의 양을 직접 측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크기와 직경 등 생체량을 근거로 나무가 탄소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를 환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30년 해운대수목원 나무의 생체량이 유지·향상됐는지 다시 검증한다. 검증을 통과하면 부산시는 455t 분량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1t당 1만~4만원 선에서 거래되며, 기업 등에 팔아 생기는 세입은 녹지 조성에 재투자할 방침이다.
도시숲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외부 사업’ 승인을 가장 많이 유치한 곳은 경북 포항시다. 2021년 해도도시숲을 시작으로 2022년 포항철길숲, 2023년 평생학습원 문화숲과 연일근린공원, 2024년 북구청·꿈트리센터도시숲, 올해 상도 생활야구장·양덕 한마음체육관 도시숲까지 총 6곳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외부사업 승인을 받았다.
정성진 포항시 그린웨이운영팀장은 “포항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산업도시로서 이미지가 있는 만큼 탄소 배출권 거래제 외부사업 승인 등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94t, 30년간 총 2820t 탄소 감축이 예상된다.

강원 인제군은 산림탄소상쇄제도(산림 등 탄소 저감·흡수원을 증진한 지자체에 ‘산림 탄소 흡수량’을 인증·거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활용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탄소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지자체다.
인제군에선 진동리(59만㎡)와 서흥리(55만㎡) 일대 산림 2곳이 한국임업진흥원 산림탄소센터에 등록돼있고, 현재까지 인증받은 산림 탄소 흡수량은 4149t이다. 인제군은 2021년 12월부터 이를 거래해 지난해 말까지 68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황희영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의미 있는 정책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자체를 통해 배출권 등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면 기업의 자체적인 탄소 저감 노력은 줄어들 수 있다. 이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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