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레바논 휴전 없다” 판 흔드는 네타냐후…이란은 협상 불참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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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 대통령 사저 마러라고 리저트에서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담판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열린다. 미국이 지난 2월 28일 ‘장대한 분노’라는 이름의 군사작전에 들어간 이후 42일 만의 첫 대면 협상이다.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측 협상단에는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 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여한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이끄는 이란 측 협상단은 협상 장소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9일 저녁 먼저 도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다만 이란 반관영 메흐르, 파르스 통신은 이를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짙은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휴전 체제 위협요인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척결을 당면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강경 행보가 협상 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매우 낙관적…이스라엘도 공습 자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NBC 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평화 협정 합의 가능성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공습 자제를 요청했다는 전날 NBC 보도 내용을 확인하며 “비비(네타냐후 총리 애칭)와 통화했고 그는 레바논에서의 작전을 자제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에서 휴전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스라엘 국민의 안전을 되찾을 때까지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적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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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서 열린 반미ㆍ반이스라엘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피켓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네타냐후 “레바논서 휴전 없다” 강경 행보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레바논 측에서 협상을 개시해 달라는 거듭된 요청이 있었다”며 레바논 정부와 직접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 첫날인 8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은 휴전 합의에 들어 있지 않다며 레바논 군사시설 등을 향해 대대적 공습을 감행, 최소 303명의 사망자와 약 115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공표였다.

그의 ‘대(對)레바논 협상 개시’ 선언 이후 미 국무부는 다음 주 워싱턴 DC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평화 협상을 주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몇 시간 만에 네타냐후 총리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트럼프 ‘레바논도 휴전’ 동의했다 돌변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 포함시키는 데 동의했는데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직후 입장을 바꿨다는 미 CBS 보도도 나왔다. 휴전 합의 발표 당일만 해도 이란은 물론 중재국 파키스탄, 이스라엘 모두 휴전 적용 대상에 레바논을 포함하는 데 합의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두고 “휴전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막판 전화 설득에 입장을 선회했다는 얘기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 무장 해제를 목표로 레바논 정부와의 협상은 추진하면서도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공격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 민간인들에게 대피 경고를 내린 뒤 헤즈볼라 거점 공습을 재개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일대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맞대응했다.

이란 “레바논 공격 계속되면 협상 불참”

이란은 레바논 공습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휴전 협상 결렬 가능성을 경고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글을 통해 “레바논과 ‘저항의 축’ 전체는 이란의 동맹으로서 휴전과 불가분의 일부를 이룬다”며 “휴전 (합의) 위반은 명백한 대가를 치르게 되며 ‘강력한’ 대응을 초래한다. 즉시 진화하라”고 했다. 이란 외무부 에스마일 바가에이 대변인은 “레바논 공격 중단이 휴전 조건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이번 주말 파키스탄에서 예정된 미국과의 평화 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레바논 공격을 둘러싼 입장차 외에도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놓고 미·이란 간 대치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협상 여건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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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이끌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AP=연합뉴스

NYT “美와 이란 요구 상당수 충돌”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 속에서 11일 열리는 첫 협상 테이블에는 미국이 당초 이란에 제시한 15개 항목의 협상안과 이란이 역제안한 10개 항목의 협상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서로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많아 조율 과정이 지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제안은 미국의 목표와 맞추기 어렵거나 불가능할 정도의 요구사항들”이라며 “상당수는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목의 제안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이란 핵 능력 해체 및 농축 우라늄 국외 방출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등을 요구하고 그 반대급부로 이란 제재의 일부 해제 및 재건 과정 일부 지원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란은 ▶영구적 종전 확약 및 지역 내 모든 기지에서 미군 철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인정 ▶전쟁 피해 배상 등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 전망이다.

백악관은 전날 이란이 약 440㎏의 준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인계할 의사를 밝혔다고 했는데, 미국의 회수가 보장된다면 고유가·고물가로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여론이 악화일로인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전쟁에서 발을 빼는 명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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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양측 ‘출구’ 필요…협상단도 ‘외교’ 중시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으로 인한 유·무형의 천문학적 피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출구가 필요하고 양측 협상단을 이끄는 인사들이 비교적 외교 해법을 중시한다는 점은 긍정적 시그널이다. 미국 측 밴스 부통령은 이번 전쟁에 반대한 인물로 알려져 있고, 이란 측 아라그치 장관과 갈리바프 의장의 인식도 협상파에 가깝다는 평이다.

협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양측은 2주의 휴전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협상 결렬로 대대적인 군사 충돌이 재개되면 중동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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