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국은 특별한 나라? '미국 예외주의'의 허구와 국제관계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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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
노엄 촘스키, 네이선 J 로빈슨 지음
심운 옮김
메디치미디어
미국은 오랫동안 ‘특별한 국가’를 자처해왔다. 다른 나라와 달리 돈이나 땅 때문이 아니라, 오직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한다는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가 그 특별함의 비결이었다. 예외주의에 대한 믿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외 정책의 근간이자 국제 질서를 지탱해온 기둥이었다.
트럼트 대통령에 항의하는 "노 킹스(No Kings)" 미국 전국 시위가 열린 지난달 28일 워싱턴 D.C.에서 한 남성이 구멍이 뚫린 거꾸로 된 미국 국기를 들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프레더릭 더글러스 다리를 건너는 모습.[AFP=연합뉴스]
신간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는 그 기둥이 허구였음을 그 밑바닥에서부터 폭로한다. 역사상 존재했던 제국들이 다 그랬던 것처럼, 미국 역시 전혀 특별하지 않으며, 지정학적 패권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폭력을 정당화해왔는데, 바로 그 예외주의에 대한 믿음이 미국 외교의 실상을 못 보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50여년간 미국의 위선을 줄기차게 비판해온 노엄 촘스키 애리조나대 석좌교수, 그리고 진보적 매체 ‘커런트 어페어스’의 편집장인 네이선 J 로빈슨이 이 책의 공동 저자다. 97세의 촘스키가 평생 써온 방대한 저술을 37세의 로빈슨이 정리하고 촘스키가 다시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100권이 넘는 촘스키 책의 ‘압축 요약본’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노엄 촘스키. 2012년 가자 시티 이슬람 대학교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한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이 책은 베트남 전쟁부터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최근의 우크라이나 및 가자지구 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개입이 어떻게 세계적인 불안정을 초래했는지 분석한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미국 예외주의를 ‘마피아 논리’에 비유했다. 겉으론 평화와 보편적 규범을 외치지만, 속으론 자신의 질서에 도전하는 국가를 본보기로 응징하며 패권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입이 아닌 실제 폭력의 결과에 주목할 것을 저자들은 촉구한다.
이 책은 주류 정치권 및 보수 단체로부터 미국 외교의 한쪽 면만 부각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긍정적인 역할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이 보여주는 ‘참혹한 기록’의 반복에 눈 감을 순 없을 것 같다. 핵전쟁과 기후 재앙 같은 인류 생존의 위기 앞에서 미국이 이중잣대의 오만을 버리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오라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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